'반강제 집콕' 엄마들…'에어바운서' 대여해 집을 '놀이터'로

코로나 무서워 온종일 집에서만…장난감 사재기 쇼핑도
만들고, 부시고, 칠하고, 깨고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ㄱ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이 통제된 놀이터. ⓒ News1 박정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또 2주 연장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지만, 온종일 아이와 '집콕'하며 시간을 보내는 부모들의 고민은 늘고 있다.

유치원생 등 두 아들을 둔 이모씨(33.여)는 "코로나19가 조금씩 얘기가 나오던 2월 초부터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며 "유난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아이가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 안에서 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오늘은 무엇을 하며 집 안에서 아이들과 놀아주어야 할지 하루하루 고민"이라며 "외출을 못하니 아이들이 답답해 하는 것 같아 책읽기부터 색모래놀이 등 닥치는대로 이것저것 하며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은 '오늘은 또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로 깊어진다. 상당수 부모들은 집밖으로 아이와 함께 나가는 것이 불안해 대부분 온라인 쇼핑으로 모든 것을 대체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먹을 것은 물론 아이의 장난감 등을 '사재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최근 쿠팡 로켓배송의 인기 장난감들은 연일 품절이었다.

또 롯데마트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일까지 글로벌 완구매장 토이러저스 온라인 매출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3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과 같은 게임기 관련 상품은 재고를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로 팔렸다. 롯데닷컴에서도 같은 기간 미끄럼틀이나 트램폴린, 주방놀이 같은 실내 대형 완구 매출이 전년 대비 30% 늘었다. 티몬의 경우도 어린이용 실내완구 매출이 코로나19 이후 전년대비 최대 370% 급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월에만 집에 미끄럼틀과 그네를 들였다는 3살 아들 아빠 이모씨(39)는 "코로나19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어려워지자, 아내가 지난달에만 엄청난 양의 장난감들을 사들였다"며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진적으로 늘어난 것은 몇주 안됐지만 시작된 것은 한 달도 전의 일이라, 이미 우리 가족은 한달 째 바깥외출을 삼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이를 온전히 봐야 하는 주말이 오면 미끄럼틀과 그네, 책, 블럭 등의 장난감으로 시간을 보내다 두부와 소면, 점토까지 꺼내 촉감놀이를 하는 등 아이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이것저것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가 어릴 수록, 그리고 많을 수록 부모의 고충은 더하다. 23개월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어떤 날은 우울해서 울컥울컥 하다 또 어떤 날은 무난히 지나가고, 그러다 어느 날은 아침부터 뒷목을 잡게 된다"며 "매일 휴대폰으로 무엇을 하면 아이들의 관심을 둘 수 있을지 검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 죄 지은 것도 없이 감옥 수감 생활 중인 것인지, 정말 이러다 미칠지도 모르겠다"고 우스갯 소리를 했다.

'그로잉맘' 아무놀이챌린지 관련 내용 갈무리. (그로잉맘 블로그)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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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의 '집콕'을 보다 재밌게 만들기 위한 부모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캠페인도 시작됐다. 육아 사회적 기업 대표인 '그로잉맘' 이다랑 대표는 지난달 25일 '아무놀이 챌린지'를 제안했다.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집에서 각자 아이들과 어떤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하는 내용이다.

'가정보육기간을 성공적으로 플렉스(flex)할 집단지성. 세상의 모든 집의, 세상 모든 놀이를 모은다'라는 내용의 '아무놀이 챌린지'는 오늘 하루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열흘 만에 무려 4700여건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자석으로 하는 주차 놀이, 휴지심 재활용 미술 놀이, 수수깡 그림 놀이, 망치로 달걀 깨서 그림그리기 놀이, 토이 쿠키 만들기 놀이 등 다양한 방법 등이 제안됐다.

대형 에어바운스를 대여해 집 전체를 키즈카페로 만드는 부모들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키즈카페를 가지 못하니, 집을 키즈카페로 만든 것이다. 대형 에어바운스의 경우, 30평대 아파트 거실에 꽉차는 크기임에도 인기가 높다. 에어 바운스 대여 업체 펀앤펀에어바운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예약이 2배 이상 늘었다"며 "3월 한달 예약은 이미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여러집 아이들이 모인 상태에서 에어바운스를 빌렸지만 요새는 각자 에어바운스를 빌려 소규모로 이용한다"며 "아무래도 밖에 나가기는 꺼려지는 상황에서 에어바운스의 경우 철저하게 소독을 한다는 점에 부모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