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종교까지?…천주교는 왜 워마드의 '적'이 됐나
낙태죄 폐지 반대 문제가 결정타
워마드 "성폭행 범죄 감싸는 것"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남성혐오성향 인터넷 사이트 '워마드'가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워마드가 '표적'으로 삼은 것은 천주교였다.
지난 10일 오전 10시36분 워마드 사이트 자유게시판에는 '예수XXX 불태웠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성당에서 받아온 성체'라며 이를 빨간색 펜과 불 등으로 훼손한 사진을 올렸다.
작성자는 게시글에서 성체를 두고 "그냥 밀가루 구워서 만든 떡인데 이걸 천주교에서는 예수XX의 몸이라고 XX떨고 신성시한다"라며 "예수XX 몸 안 먹고 가져와서 불태웠다"라고 적었다.
워마드 "사람을 죽여도 검색어 1위를 하기 힘든데 그깟 빵쪼가리 태웠다고 실검(실시간 검색어)에 하루종일 있다" "한남(한국 남성)들이 수백명 살인하는 것보다 여자가 빵쪼가리 하나 태우는 게 더 큰일이냐" 등의 반응을 담은 글을 올리고 있다. "오늘부로 이곳을 떠나겠다"며 실망한 기색을 보이는 사용자도 있지만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워마드가 '남성 혐오'적인 성향을 보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홍익대 모델 몰카 사건 때 남성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올린 것도 워마드 회원이었고, 이곳에서 2차 피해도 빈번히 발생했다. 또 안중근·윤봉길 의사를 비하하거나 사망한 남성 연예인을 모독하는 일도 흔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특정 종교가 표적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사건은 워마드 사용자 개인의 충동적인 행동으로 보이지만, 이전부터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불씨'는 가지고 있었다.
성체 훼손 게시글을 올린 작성자는 "최초의 인간이 여자라고 밝혀진 지가 언젠데 아직도 아담의 갈비뼈에서 나온 하와라는 소리나 전파하는 개독들은 멸망해야 한다"며 성경을 비판했다.
또 "천주교는 지금도 여자는 사제도 못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 절대 안 된다고 여성인권 정책마다 XXX떠는데 천주교를 존중해줘야 할 이유가 어딨느냐"라고 주장했다.
특히 천주교가 주장하는 '낙태죄 폐지 반대'에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열린 '생명대행진 코리아 2018'에서 천주교 신자들이 낙태법 유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자, 같은날 워마드에는 '종교충은 다X야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에는 '응급피임약 살인도구', '낙태 씻을 수 없는 상처', '인류의 가장 큰 행복 출산' 등의 피켓을 든 신자들의 사진이 올라왔는데, 많은 이들이 "임신은 질병이고 치료는 낙태", "종교를 믿는 이들은 여남을 불문하고 걸러야 한다" 등 거친 댓글을 올리며 게시글을 추천했다.
특히 일부 천주교 신부들의 성폭행 사건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낙태를 반대할 거면 성폭행 신부를 쫓아내기라도 하는 성의를 보여야지. 성폭행 신부는 감싸안으면서 여자들에게 피해만 떠넘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워마드가 여성의 가장 절박한 문제에 대해 외면한 천주교에 대해 가장 과격하고 무모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한편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날 '성체 모독과 훼손 사건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김희중 대주교는 성명서에서 "성체를 내던지거나 독성의 목적으로 뺏어 가거나 보관하는 자는 교회법에 의해 파문 제재를 받는 등 준엄하게 경고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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