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으로 갈라진 촛불과 태극기…3·1절 탄핵 찬반 집회 격돌(종합)

경찰 차벽으로 광화문 광장 둘러싸…충돌 방지
탄기국, 광화문광장에 대형스크린·스피커…촛불측 규탄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8차 범국민 행동의 날 집회 참석자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같은 시간 광화문광장 남측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 2017.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정재민 박승희 전민 최동현 기자 = 제98주년 3·1절 서울 도심 광장이 경찰 차벽으로 갈라진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각각 진행됐다.

촛불집회를 주관해온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제18차 범국민행동의날'을 시작, 촛불 열기를 이어갔다.

반면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제15차 탄핵반대 태극기집회'를 열고 탄핵 반대를 외쳤다.

집회 시간과 행진로가 달랐지만 탄핵심판이 임박하면서 양측 모두 대규모 인원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돼 충돌이 우려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광화문 광장을 차벽으로 둘러싸 충돌 방지에 나섰다. 이 때문에 태극기집회 보다 늦게 열린 촛불집회 참여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일부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에 들어가려면 미국대사관, KT 본사 건물 쪽에 있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3·9번 출구를 이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3·1절인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2017.3.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광화문 광장은 세월호 리본이 달려있는 태극기, '박근혜 탄핵' 등의 피켓을 든 시민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오후부터 사전행동을 진행해온 퇴진행동은 오후 5시쯤부터 본행사에 돌입했다. '특검연장 거부 황교한 퇴진', '헌재 탄핵 인용' 등에 대한 발언으로 시작을 알렸다.

최용준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박근혜는 최후변론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왜곡보도와 촛불'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항변했다. 박근혜는 태극기 집회와 격려 편지를 보며 고무됐다고 한다. 친박세력이 발악할수록 우리 안에서 더욱더 규모를 키우고 힘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퇴진행동은 탄핵심판일까지 4일, 11일 계속 광장에 모일 것이고 탄핵 심판일에는 이곳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할 것"이라며 "만에 하나 (탄핵이) 기각된다면 헌재가 촛불민심을 저버린 것을 규탄하고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강력한 항의 행동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무대에 올랐다. 박 시장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은 진정한 독립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모였다. 한 분 한 분이 유관순 열사"라며 "서울시장으로서 탄핵이 완수되고 정권이 교체되고 온전한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한치의 빈틈도 없이 광장을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7시쯤부터 퇴진행동은 청와대와 헌법재판소를 향해 총 세 방향으로 행진을 실시한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쌓인 온갖 적폐(세월호 참사, 노동개악, 사드 배치, 국정교과서 강행, 한일 ‘위안부’ 협정 강행, 특검 연장 거부, 블랙리스트 등)를 부착한 공 8개를 행진 대열 머리 위로 굴리는 퍼포먼스도 준비 중이다.

퇴진행동은 행진을 마치고 오후 8시쯤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와 행사를 마무리한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탄핵 기각을 촉구하며 15차 태극기 집회를 하고 있다.2017.3.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에 앞서 탄기국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제15차 탄핵반대 태극기집회'를 열고 세를 과시했다. 탄기국은 이날 세종대로사거리 외에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과 광화문광장 등지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집회를 이어갔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는 "국회가 소추한 탄핵소추안은 조선 시대에나 있던 '연좌제'를 적용했다"며 "최순실 일당이 저지른 죄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적용하는 불법을 저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연사로 나선 조원룡 변호사는 "국회 측 탄핵소추위원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형식적으로는 죄가 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죄가 된다'고 변론했다"며 "이는 형식적 법치주의가 완성돼야 실질적 법치주의도 완성된다는 법률의 기본개념조차 모르는 무지한 발언"이라며 8인 헌법재판관에 의한 판결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태극기집회에서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온 이모씨(51)가 자신의 집에서 왼쪽 새끼손가락을 자르고 붕대로 손을 감은 뒤 태극기집회에 참여했다가 이를 발견한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안중근 의사처럼 3·1절에 독립운동을 한 것처럼 하고 싶었다. 평소 존경하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구속된 것에 대해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기국은 집회를 마친 뒤 오후 3시30분부터 동화면세점 앞을 출발해 청와대와 숭례문 방면으로 5개 코스에 걸쳐 행진을 진행했다. 탄기국은 행진을 마친 뒤 오후 6시쯤까지 집회를 이어갔다.

한편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광화문광장의 세종문화회관 쪽에는 탄기국 측의 집회를 보여주는 스크린과 스피커가 설치되기도 했다.

퇴진행동은 "(박근혜) 비호세력들의 영상과 음향이 광화문 방향으로 설치돼 촛불집회를 방해하고 있다. 비호세력들의 이날 집회가 촛불 집회 방해 목적이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손모씨(49)는 "같은 국민이고 나름의 목소리가 있을테니 집회하는 것은 이해한다. 국민이 분열돼서 갈등을 겪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스피커랑 스크린으로 방해하고 거친 발언은 너무한 것 같다"고 밝혔다.

yj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