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빙상경기연맹, '로고 무단 사용' 논란
디자이너 김모씨 "1980년대 로고 디자인"
연맹 "로고 출처와 의미, 아는 사람 없어"
김씨 "저작권 소송 등 법적 조치도 고려"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대한빙상경기연맹 로고.(연맹 홈페이지) © News1
</figure>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지난 30여년간 사용해 온 연맹 로고의 출처와 의미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모(50·여)씨에 따르면 김씨는 현재 연맹이 사용하고 있는 로고를 지난 1980년대 중반 디자인했다.
당시 세종대 미대에 다니던 김씨는 연맹 소속 선수였던 친언니로 인해 연맹과 인연을 맺게 됐다.
김씨는 1980년대 중반 연맹이 소속 선수와 직원들에게 기념반지를 선물하고 싶다는 의사에 따라 직접 반지를 디자인해 연맹에 전달했다.
김씨는 당시 이 반지는 연맹 소속 선수들은 물론이고 이사 등 상부급 관계자들에게도 모두 지급됐다고 말했다.
디자인한 반지를 잊고 살던 지난 2000년대 중반, 김씨는 어느날 텔레비전을 통해 김연아 전 국가대표 선수의 인터뷰 장면을 보게 됐다.
그러던 중 자신이 디자인한 반지 모양이 김연아 선수의 뒷 배경에 그려져 있는 것을 알게 됐고 이 모양이 연맹 대표 로고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후 김씨는 지난 3~4년간 몇차례에 걸쳐 연맹에 로고의 출처, 사용과정 등에 대해 문의했다.
그러나 연맹 측은 그때마다 "알아보고 연락해주겠다"는 답변만을 내놨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내가 디자인한 로고가 세계적으로 사용된다는 마음에 흥분됐다"면서도 "그러나 연맹의 태도에 답답하고 황당할 따름"이라고 분통을 터드렸다.
김씨의 따르면 연맹의 로고는 'KOREA SKATING UNION'이라는 로고와 눈 결정체,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의 칼날로 구성돼 있다.
김씨는 당시 연맹에 소속된 빙상종목은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뿐이었기 때문에 두 종목의 스케이트 칼날을 넣었고 전체적으로 눈꽃송이 모습을 형상화해 반지를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직접 디자인한 반지 로고를 도용해 연맹이 이를 사용하고 있지만 연맹으로부터 로고 사용에 대한 공고나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며 "당시에 재능기부 형태로 반지 디자인을 전달한 것이지, 이를 대표 로고로 사용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로고 사용과정에 대해 묻고 싶었을 뿐이었으나 연맹의 태도에 저작권 소송 등 법적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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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쇼트의 황제' 안현수가 지난 2월23일(한국시간)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열리는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을 찾아 경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News1 (소치(러시아)=뉴스1) 이동원 기자
</figure>이같은 김씨의 주장에 대해 연맹 측도 거듭 확인에 나섰지만 로고의 출처와 의미 파악에 실패했다.
연맹 측 관계자는 "로고의 역사에 대한 자료 등이 전혀 없다"며 "로고가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이전에도 로고를 사용했다는 일부 주장이 있긴 하지만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며 "연맹도 역시 로고의 출처와 의미 등에 대해 알고 싶다"고 전했다.
연맹 측은 그러면서 뒤늦게 "평창동계올림픽에 앞서 로고 등에 대한 재정비를 구상 중이었다"며 "김씨가 로고를 디자인한 것이 맞다면 감사패라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연맹 측의 뒤늦은 대처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빙상을 이끌고 있는 대표단체의 행정관리 업무상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맹이 지난 30여년간 사용해온 로고의 의미 파악은 물론이고 출처에 대해 정확한 근거자료 조차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앞서 연맹은 '파벌 싸움' 끝에 러시아로 귀화해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동메달을 딴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선수로 인해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한국 남자쇼트트랙의 에이스로 군림하던 안 선수는 대한빙상경기연맹 내부의 파벌 문제와 소속팀 해체, 부상 등으로 고심하던 중 러시아의 제의를 받고 2011년 귀화해 2014소치올림픽에 출전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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