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독' 초청 정수코리아, 청와대 접촉 시도

대선캠프 활동…"야권 거물 영입·해외동포 득표에 기여"
"정부, 대통령 친분과시 행사 알고도 방치했다 물의" 분석

(서울=뉴스1) 권혜정 서미선 기자 = <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정수코리아 김문희 회장의 SNS에 올라와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한나라당 시절 함께 찍은 사진./뉴스1 © News1

</figure>독일파견 광부·간호사 초청행사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사단법인 '정수코리아' 김문희 회장(66) 등이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활동을 했고 이번 초청 행사를 위해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안전행정부 등에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관련부처와 여당이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김 회장이 행사를 추진해온 사실을 미리 알고도 방치했다가 사회적 물의를 빚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경찰, 새누리당,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번 '파독 광부·간호사 모국방문단' 행사를 추진하면서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최고위원 등 여러 명의 정치인들을 만나 협조를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이들 정치인들에게 소개를 받아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경남지사, 경북 경주시장 등 지자체 관계자들과도 만나거나 연락을 취했지만 결국 협조를 받지는 못했다.

김 회장은 지자체 관계자들과 만나 독일 이외 나라에 살고 있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한국에 돌아와 모여 살 수 있는 귀국촌 건설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김 회장과 함께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조마리아 정수코리아 총무는 뉴스1과 만나 "행사를 제대로 진행해보고 싶어 정부와 민간에 협조를 부탁했으나 답이 오질 않았다"며 "오히려 내가 이 행사를 위해 개인적으로 호텔 선계약금 4000만원을 지급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회장이 여권 실세 정치인들에게 전방위로 접근할 수 있었던 배경은 평소 김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이나 여당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 회장은 SNS 등에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놓고 있다.

김 회장과 조 총무는 지난해 대선기간에도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정수회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헌정회관에서 열린 해외동포 발대식에서 조 총무가 정수회 캐나다 회장 자격으로 참가해 박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김 회장이 국내 지역 회장을 맡기도 했던 정수회는 지난해 대선 기간에 박근혜 지지운동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실체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수코리아는 김 회장이 이번 파독 광부·간호사 초청 행사를 추진하기 위해 정수회의 일부 회원을 중심으로 조직한 단체로 파악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회장은 지난해 대선 당시 야권 거물 정치인을 영입하고 안철수 지지세력을 박 대통령에게 돌려세우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김 회장은 자신을 중앙정보부 출신으로 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현창사업을 오래 해온 사람으로 소개해왔다"면서 "실제 개인적으로 현창사업을 많이 했고 재외국민 표 결집에도 기여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김문희 회장이 지난 8월 22일 경북 구미 고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려 놓았다. /뉴스1© News1

</figure>경찰 등에 따르면 정수코리아 측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방문지, 숙소 예약과 출연자 섭외 등을 8월까지 완료하고 9월 중에 협찬사와 후원사를 유치할 계획이었다.

정수코리아 측은 8월 중순에만 해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 6곳 이상을 후원사로 정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후원은 모두 무산되고 한 종교단체로 후원 협의를 바꿨지만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았다.

행사 날짜가 임박하면서 예약했던 호텔계약도 파기되는 등 진행이 어렵게 되자 정수코리아 측은 청와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

정수코리아 측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여권 실세 국회의원 등에게 다방면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대선 당시와는 달리 만남을 거부한다는 어려움을 청와대에 호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수코리아 측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청와대에 이메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수코리아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가 막판에 무산된 이유를 '정수'라는 단체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일 뿐 "결코 사기는 아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뒤늦게야 수습에 나서고 있는 점도 석연치 않다.

행사가 파행을 빚으면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24일 언론에 보도되자 정수코리아가 현 정권과는 무관함을 강조하던 정부는 26일 정홍원 총리 지시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한국관광공사, 재외동포재단,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협의해 오는 30일 이들이 출국할 때까지 숙박과 취소된 일정을 대체할 국내 체류계획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총리실은 "이번 행사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딴 정수장학회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청와대도 역시 사건이 처음 보도된 24일 정수코리아와 관련해 "청와대는 전혀 무관하다. 정부기관이나 청와대와는 관련없는 내용이다. 청와대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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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희 회장이 지난 8월 15일 고 육영수 여사 39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며 자신의 SNS에 올려놓은 사진. /뉴스1© News1

</figure>한편 경찰은 김 회장의 서울 자택과 영등포구에 위치한 정수코리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정수코리아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또 정수코리아 조마리아 총무에 대해 접수된 고발장 내용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정수코리아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파독 50주년 기념 광부·간호사 모국 방문 환영회'라는 7박8일간 방한 프로그램을 개최한다고 홍보해 237명을 국내에 입국시켰지만 숙박 제공과 행사 진행 약속을 파기하는 등 행사를 취소해 물의를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