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몰' 실종자 6명 영정사진 나란히…
시신 모두 수습…18일부터 장례절차 시작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고대구로병원 장례식장. © News1 권혜정기자
</figure>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현장에서 6명의 시신이 모두 수습된 18일 새벽 이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구로구 고대구로병원 장례식장에는 깊은 슬픔이 감돌았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몰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던 소방당국은 17일 오전 처음으로 박명춘씨(48·중국인) 시신을 발견한 뒤 같은 날 11시45분께 김철덕씨(52)의 시신까지 모두 수습해 총 6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가장 먼저 수습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 안치됐던 박명춘씨의 시신은 유족 측의 의견에 따라 오후 4시10분께 고대구로병원으로 옮겨졌다.
빈소 제단에 박명춘씨의 영정사진이 올려지자 유족들은 "어떻게 그렇게 떠나냐"라며 통곡했다.
박씨의 부인 이춘월씨(41)는 "남편이 비가 많이 와 위험해 일터에 가기 싫다고 했을 때 내가 잡았어야 했는데"라며 "어쩌면 내가 그렇게 몰랐을까"라고 말하며 가슴팍을 쳤다.
여든이 넘은 노모는 아들의 이름 '박명춘'을 하염없이 부르다 이내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박명춘씨의 50년지기 친구라는 박모씨(50·중국인)는 이번 노량진 참사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음을 강조했다.
2011년 노량진 배수지 공사가 시작되던 때 현장에서 근무했었다는 박씨는 "내가 현장에서 일해봐 누구보다 현장 상황을 잘 안다"며 "내년 4월 완공 예정인 급하지도 않은 공사를 한강물이 불어난 상황에서 강행한 것이 말이나 되느냐"라고 토로했다.
박씨는 이번 사고 현장에서 중국인 3명의 시신이 차례로 가장 먼저 발견된 것에 대해 "배수지 공사에서 가장 위험한 공간이 입구 쪽"이라며 "중국인 3명이 입구쪽에서 일했기에 가장 먼저 발견된 것 아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구조작업에 대해 "지름 10㎝가 조금 넘을 것 같은 배수펌프 6개로 그 많은 물을 퍼낸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며 "공사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배수펌프의 지름이 40㎝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사람이 죽은 마당에 이제와 보상이 뭐가 중요한가"라며 "이번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누군가 꼭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례식장 입구에 앉아 내리는 비를 쳐다보던 박씨는 "이번 10월 중국으로 돌아간다며 그렇게 좋아했는데"라며 애꿎은 담배만 연신 태워댔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을 싣고 서울 구로구 고대구로병원에 도착한 구급차. © News1 권혜정기자
</figure>이어 17일 오후 11시17분께 이승철씨(55)와 박웅길씨(55)의 시신이 고대구로병원에 옮겨지자 장례식장은 유족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서울시 측은 복지건강실과 상수도사업본부 측 관계자 각 1명, 시공사 측 관계자 등 총 3명으로 조를 만들어 병원으로 옮겨지는 시신을 맞았다.
하루가 지난 18일 새벽 1시7분께 임경섭씨(44), 이명규씨(61), 김철덕씨(53)의 시신이 고대구로병원에 도착해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희생자 6명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사고 현장에서 장례식장으로 옮긴 유족들은 영정사진이 도착하자 깊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박웅길씨의 유족 측은 박씨의 영정사진이 제단에 올려지자 먼 발치에서 박씨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이날 내린 비로 온 몸이 비에 젖은 한 유족은 차마 제단 앞으로 다가가지 못한 채 한참동안 영정사진을 쳐다보다 이내 눈물을 훔쳤다.
이날 한국인 희생자 유족 중 한 명은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살면서 새록새록 오빠에 대한 추억이 생각날텐데 어쩌냐"라며 오열했다.
그는 "그 굴 속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며 "아파서 죽었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대체 이게 뭐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의 합동분향실 제단에는 이로써 박명춘씨와 김철덕씨를 비롯해 총 6명의 영정사진이 나란히 올려지게 됐다. 중앙대병원에 안치돼 있는 조호용씨(60)의 시신 역시 이날 오전 10시께 고대구로병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유족들은 현재 빈소 앞에 따로 마련된 가족대기실에 짐을 푼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오늘 오전 상복을 입고 본격적으로 장례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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