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준 경호처장 5시간째 조사 중…경찰, 오늘 긴급 체포할까
세 번째 요구 끝 출석…"변호사 선임 안 돼" 이유로 불응
'경호 위법성' 집중 추궁…'최정예 수사관' 중수과서 조사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오전 10시 경찰에 출석해 5시간째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 집행 과정에서 경호처의 경호와 관련 위법성이 없었는지, 의무 사병 동원을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처장을 조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박 처장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체포 경호에서 위법성이 없었는지, 논란을 빚었던 의무 사병 동원을 직접 지시하거나 인지했는지, 발포 명령을 실제로 내렸는지,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수용하지 않는 배경이 무엇인지 등을 집중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안팎에서는 박 처장의 조사 장소가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중수과)라는 점도 주목한다.
경찰의 비상계엄 수사에는 중수과 인력이 대거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특수수사과'로 불렸던 중수과는 국수본에 소속돼 직접 수사를 하는 최정예 수사관으로 구성돼 있다.
중수과장은 이번 수사 총괄 책임자인 우종수 국가수본부장을 비롯해 안보수사대 지휘관 등과 수사 방향을 직접 논의하고 있다.
박 처장은 경찰의 세 번째 출석 요구 끝에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두 차례 출석 요구에 "자리를 비울 수 없다" "변호사 선임이 안 됐다"는 이유로 불응했다. 통상 피의자가 출석 요구를 세 차례 불응했을 경우 수사기관은 강제 신병 확보에 나선다. 박 처장이 경찰의 세 번째 출석 요구에 응한 것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박 처장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윤 대통령 수호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영장 집행을 위해 박 처장을 긴급체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처장 구금 기간 경호처 지휘계통에 공백 발생, 관저 경비가 소홀해진 틈을 이용해 윤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형사소송법상 경찰과 사법경찰관은 필요시 법원의 영장 발부 절차 없이 긴급체포할 수 있다. 다만 긴급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지 못할 경우 피의자를 즉시 석방해야 한다.
구속 영장 발부 조건은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분명해야 한다. 박 처장이 경찰의 소환 조사에 응한 점을 미뤄볼 때 법원의 영장 발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법원으로서는 주거지가 일정하고 경찰에 출석한 박 처장이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 처장을 긴급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해도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수사 당위성이 위협받고 막대한 정치적 부담감까지 감당해야 하는 데 경찰의 고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 처장은 이날 오전 국수본에 출석하며 취재진 앞에서 "현직 대통령 신분에 맞는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체포영장 집행에 여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최상목 (대통령) 대행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서 정부 기관 간 중재 건의를 드렸고 또 대통령 변호인단에도 제3의 대안을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그에 맞는 답을 얻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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