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계엄 기록물 심의회 중단 요청…사실상 '폐기 금지'
폐기 결정 위해선 심의회 개최 필요
심의회 중단은 '협조 요청'…실효성은 의문
- 이설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12·3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에 대한 기록물평가심의회(심의회) 개최를 '잠정 중단'해 줄 것을 각 정부 기관에 요청했다. 심의회를 열지 못하면 기록물 폐기가 제한돼 사실상 기록물 폐기를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가기록원은 최근 심의회 개최를 올해 6월까지 잠정 중단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협조 요청 공문을 14개 기관에 보냈다. 수신자는 대통령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대통령경호처장·행정안전부 장관·국방부 장관·국가정보원장·합동참모의장·경찰청장·서울시경찰청장·경기남부경찰청장·육해군 참모총장·정보사령관·국군방첩사령관 등이다.
기록물관리법은 전문요원의 심사나 심의회 심의 없이 기록을 폐기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심의회 개최가 중단되면 사실상 기록물 폐기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앞서 국가기록원은 대통령기록관과 점검반을 구성해 지난달 12일부터 19일까지 6일간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 기록물 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당시 국가기록원은 비상계엄과 관련한 국무회의록과 부처별 조치 사항, 폐쇄회로(CC)TV 등에 대한 보존 등을 요청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점검 당시 심의회 중단을 구두로 요청했다"며 "명확하게 전달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각 기관에 공문을 따로 발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심의회를 열지 못하게 '강제'하거나 기록물 폐기를 '금지'한 것이 아닌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기관에 심의회 개최 중단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을 뿐 강제성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비상계엄 문건과 관련해, 국가기록원장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긴급폐기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공기록물법에 의하면 국가기록원장은 국민 권익보호를 위해 긴급히 필요한 경우 기록물 폐기 금지를 결정하고 해당 기관에 통보할 수 있다. 국가기록원은 '긴급폐기금지'는 최소 보존기간(1년)을 지나 폐기가 가능해진 문서를 대상으로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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