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돈 떼이는' 프리랜서…서울시, 제3자 예치금 제도 도입

공공기관 최초 도입…이번 달 서비스 시작
은행에 대금 보관…분쟁 중재 '전문가 자문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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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시가 강사·웹툰·디자인·IT개발 등 노동관계법을 적용받지 않아 대금 체불, 미수금 등 불공정한 관행에 노출되어 있는 프리랜서의 결제대금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기관 최초로 제3자 예치금 제도를 도입한다.

서울시는 프리랜서 개인이 구직해 맡은 의뢰 건의 대금을 은행 등에서 맡았다가 지급하는 '프리랜서 에스크로(Escrow)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6일 밝혔다. 현재 국내 프리랜서는 최대 4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발주자, 은행에 대금 먼저 송금해야…과업 이후 프리랜서 지급

서비스를 이용하면 발주자가 지급한 대금이 에스크로 시스템에 연계돼 은행에 보관된다. 이후 과업이 완료되고 발주자가 은행에 요청을 하면 대금이 프리랜서에게 지급된다. 중고 거래 플랫폼 등에서 이용되는 '안전 결제'와 같은 원리다. 서비스 이용에 따른 별도 수수료는 없다.

서울시는 단순히 대금 예치에 그치지 않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 중재를 위한 전문가 자문단도 운영한다. 상담과 사실 조사를 거쳐 당사자 간 합의를 유도하고, 합의가 불발되면 전문 분쟁조정 기관에 이관해 처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계약을 했으나 이행 과정에서 과업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경우, 발주자와 프리랜서가 과업의 최종 완성 여부를 두고 다투는 경우 등 현장에서는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도 중재자로서 개입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에스크로에서의 거래 내역이 프리랜서 경력으로 인정되도록 전용 경력관리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시스템 현장 보급을 위해 창업시설 입주 기업 등 현장 기업 대상으로 홍보하고, 산하 기관들부터 에스크로를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프리랜서 5명 중 1명 '미지급·지연 경험'…구두계약이 전체 37.1%

서울시가 이번 시스템 도입을 결정한 것은 날로 심각해지는 프리랜서 업계 대금 미납·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2023년 8월 프리랜서 1041명을 대상으로 한 '프리랜서 권익센터' 조사에서 응답자의 20.9%가 '최근 1년 내 보수 지급 지연·미지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프리랜서 5명 중 1명이 근 1년 내에 보수를 제때 지급받지 못하는 피해를 본 것이다.

대금 체불·미지급 경험 횟수는 인당 평균 2.9건(연간)으로 같은 문제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 피해 규모도 컸다. 평균 보수 지연 및 미지급금 규모는 331.1만 원으로 프리랜서 월평균 수입의 1.6배에 달했다.

발주자와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 탓에 계약서 작성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계약 건을 서면 계약으로 체결한 비중은 62.9%, 구두계약으로 체결한 비중은 37.1%였다. 구두계약을 체결한 이들의 23.1%는 '계약서 작성 요청을 하기 어려워서', 16.1%는 '클라이언트가 거부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계약제도 자체가 흔들리며 '근 1년 내에 계약 내용이 불리하도록 일방적 계약 변경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14.7%, '최근 1년간 보수의 일방적 삭감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12.3%로 조사됐다.

프리랜서 권익보호를 위해 정부·지자체가 우선 마련해야 할 정책을 묻자 가장 많은 33.7%의 응답자가 '미수금 문제 해결 지원'을 꼽았다. 2위가 '계약서 검토, 법률 자문 등 상담 지원'(21.5%)이었다.

송호재 서울시 민생노동국장은 "발주자와 프리랜서 간 신뢰 기반을 만들어 공정 거래 문화를 확산하겠다"며 "앞으로도 프리랜서 등 노동 약자를 위한 공정한 계약·노동 문화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