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과 살림 차린 기러기 남편, 임신 알리며 '이혼 통보'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기러기 아빠 생활이 외로워 동료 여직원과 한살림을 차린 남편이 이혼을 요구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12세 아들을 둔 여성 A 씨는 "아들과 단둘이 6년간 필리핀에서 지내다가 방학을 맞아 잠시 한국으로 돌아온 상태"라고 운을 뗐다.

아이의 영어 교육을 위해 필리핀에 간 지 7년 됐다는 그는 "제가 아이와 함께 가고 남편은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어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남편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아이와 영상통화를 했다. 하루의 유일한 낙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아이가 유학 생활에 잘 적응하자 A 씨와 남편은 상의 끝에 유학 기간을 더 늘리기로 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아들은 어느 날 "한국에 가고 싶지 않다"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의 교육 경쟁에 시달리는 것을 원치 않았던 A 씨는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가족이 필리핀이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사는 게 어떻냐"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남편은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 나 사실 혼자 기러기아빠로 생활하는 게 너무 외롭기도 하고 다정한 위로가 필요하기도 하고. 따뜻한 집밥을 먹고 싶기도 해. 그래서 얼마 전부터 다른 사람 만난다"라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내가 혼자서 생활비 보내줄 만큼 보내줬잖아. 난 할 만큼 했어. 이제 자유로워지고 싶다. 이혼하자"라고 말했다.

A 씨는 "남편이 같이 살고 있다는 사람은 선배가 아니라 다른 여자였고 최근 그 여자가 임신까지 했다고 한다. 그 얘기 듣자마자 아이와 한국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괜히 아이랑 유학갔나 보다. 너무 혼란스럽다"라고 토로했다.

조인섭 변호사는 "법적으로 혼인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 사실혼을 하는 것을 중혼적 사실혼이라고 한다. 사실혼이 법률혼에 준하여 보호받고 있기는 하지만 중혼적 사실혼까지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외적으로 원래 배우자와의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 상태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중혼적 사실혼을 사실혼으로 인정해서 보호할 수 있다고 한 대법원 판례가 이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연자가 남편과 오랜 시간 떨어져 살기는 했지만 이런 사정이 사실상 이혼 상태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며 "별거하게 된 이유도 갈등 때문이 아니라 자녀 교육 문제 때문이고 유학도 상의해서 결정한 문제고 과정에서 어떤 갈등도 없었기 때문에 이런 상태를 이혼 상태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조 변호사는 "이 경우 혼인이 파탄됐다면 오히려 남편 쪽에 유책 사유가 있는 것 같다. 아이 유학 때문에 떨어져 살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상의도 없이 외롭다는 이유로 다른 여성과 살림까지 차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어 "사연자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고 위자료를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려면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부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이혼 청구를 해야 한다. 만약에 상대 여성이 남편의 혼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걸 입증할 수만 있다면 상대 여성을 상대로 위자료 소송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