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쪽 매뉴얼' 손으로 뜯었다…기장·부기장 '필사적 6분' 흔적

(MBN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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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조종석의 긴박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유류품이 사고 현장 주변에서 발견됐다. 바로 운영 매뉴얼 일부다.

3일 MBN에 따르면 사고가 난 기체 주변에서는 수치가 빼곡하게 기록된 보잉 737-800 운영 매뉴얼 서너 장이 발견됐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기체에서 튕겨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QRH'로도 불리는 이 매뉴얼은 2000쪽에 이르는 두꺼운 설명서인데, 조종석 옆 기장과 부기장의 손이 항상 닿을 수 있는 곳에 기체마다 2권씩 비치된다.

발견된 페이지에는 보잉 737-800기종이 랜딩기어를 내린 상태에서 최소 동력으로 날아갈 수 있는 거리가 적혀 있다. 물 위에 비상착륙 하기 위한 절차도 일부 발견됐다.

특히 페이지를 의도적으로 뜯어낸 것으로 보이는 자국도 남아 있었다. 전문가들은 기장이 사고 전 엔진 두 개가 모두 꺼진 기체를 착륙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흔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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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기장이) 부기장한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아보자, 또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며 매뉴얼을 요청해서 꺼낸 것 같다"고 추측했다.

김광일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그걸 다 펼쳐놓고 볼 수 없으니까 자기들 필요한 부분만 급하게 뜯어버리고, 이것만 갖고 계산하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메이데이' 선언부터 사고 순간까지 드러나지 않은 6분 사이 조종사들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비상착륙에 대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취재진이 발견한 매뉴얼 조각은 정부 합동조사단이 수거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한편 정부는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상태다. 사고 직전까지 2시간 분량의 음성기록 자료를 모두 확보해 분석 가능한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을 마쳤다.

그러나 국토부에 따르면 이 교신 내용의 공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와 공개에 대해 협의해 보겠지만 중요한 자료라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조위는 법에 따라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게 돼 있어서 조사의 구체적이나 세세한 내용까지 저희가 전달받거나 그런 상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사 초기 단계고 섣부른 공개로 여러 추측들이 나와 오히려 조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라도 공개가 힘든 상황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추후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합의된 확실한 팩트가 나올 경우 일부 공개가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