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중 구덩이서 발견한 백구…알고보니 20일 전 실종된 '짝짝이'
봉사 모임 '지해피독' 전단지 덕에 구조된 강아지
등산하던 보더콜리 보호자가 전단지 확인해 제보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실종 약 20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된 반려견의 사연이 알려지며 감동을 주고 있다.
3일 보호자 A씨에 따르면 지난해 실종됐던 반려견 짝짝이는 반려동물을 찾는 봉사자 모임과 실종 전단지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한 반려견 가족의 도움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구조됐다.
짝짝이는 지난해 11월 27일 저녁에 대문을 열고 집을 나가 실종됐다. 설상가상으로 그날 서울에는 30㎝ 폭설이 내렸다. A씨는 밤낮으로 짝짝이를 찾았지만, 작은 실마리도 얻지 못했다.
이에 A씨는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보호자를 위한 무료 구조 봉사 모임 '지해피독'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해피독은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보호자를 위해 디자이너 봉사자가 가독성 좋은 실종 전단지를 제작해 준다. 이후 지역 봉사자들에게 정보를 공유해 많은 사람이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반려견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SNS를 통한 유실 정보 게시물을 공유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전단지 부착 등의 봉사를 지원하고 있다.
송유정 지해피독 운영자는 "짝짝이는 넓은 지역에 걸쳐있는 인왕산 중턱 부근에서 실종된 경우로 찾을 확률이 희박했다"며 "서울 강북 지역 모든 봉사자에게 지역 커뮤니티에 정보 공유와 전단지 부착 봉사를 요청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짝짝이의 구조는 지해피독과 반려견 '상추' 가족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종 20일이 넘은 지난해 12월 17일 보더콜리 상추는 보호자와 등산하던 중 갑자기 어딘가를 보며 낑낑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보호자 B씨는 상추가 종종 고양이를 보고 낑낑거리곤 해 '고양이가 있나 보다' 하고 주변을 살피다 깊은 구덩이를 발견했다. 구덩이 속에는 삐쩍 마른 백구 혼종 강아지가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B씨는 얼마전 인왕산 옆에 있는 다른 산에서 우연히 보고 휴대폰으로 찍어뒀던 전단지 속 강아지라는 걸 알아봤다. 그렇게 짝짝이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짝짝이 보호자 A씨는 "개를 잃고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던 중 지해피독의 도움을 받아 멘탈을 지킬 수 있었고, 반려견도 다시 찾게 됐다"며 "연대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봉사에도 동참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A씨는 관할 구청에 신고해 짝짝이가 빠졌던 구덩이를 매립했다. 상추의 보호자에게는 구조 사례비를 전달했지만 짝짝이를 위해 쓰라며 돌려줬다는 훈훈한 후일담도 전했다.
지해피독 운영자인 송유정 씨는 "작년 3월 지해피독 단톡방 개설 이후 현재까지 약 170여마리를 찾아드렸다"며 "전단지 봉사와 제보가 왔을 때 현장에 갈 수 있는 봉사자의 즉각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 씨는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예방도 중요하지만 유실 시 바로 반려동물을 찾을 수 있는 스마트태그를 권장했다. 송 씨는 "요즘 대부분 보호자들이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기에 스마트태그를 부착해 두면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으로 바로 반려동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의 마음가짐"이라며 "보호자가 스스로 포기하지 않아야 반려동물을 빠르고 안전하게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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