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 논란…중대시민재해 첫 사례 될까

중대시민재해 1호 사건 가능성 '눈길'…사고 원인 따라 달라
활주로는 공중이용시설 미해당…과실·책임 범위도 모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닷새째인 2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의 잔해가 놓여있다. 2025.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와 관련, 수사 당국이 제주항공 및 무안공항 등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적용될지 눈길이 쏠린다.

특히 지금까지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받은 사례가 없는 만큼 이번 참사가 1호 사건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2일 오전 무안공항 담당부서 사무실과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 사무소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정식 입건된 수사 대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기 어려운 탓으로 추정된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려면 이번 참사가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돼야 한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으로 원인으로 해 발생한 재해를 의미한다.

항공기는 공중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사고 당시 랜딩 기어가 미작동된 원인으로 기체 결함이 지목된다면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해당 사고기 기종으로 지목된 보잉 737-800은 이전에도 안전성 우려가 많이 제기된 기종으로 국토부 차원에서 특별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제주항공이 최근 5년 새 정비 인력을 감축했다는 정비 부실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을 통해 "정비사는 대당 12.6명"이라며 "국토부 기준인 한 대당 12명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사고기 정비 과정에서 항공사 과실이 있을 경우 일차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2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과학수사대와 119소방대원들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살펴보고 있다. 2025.1.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다만 사고의 주된 원인이 공항 시설 문제로 지목될 경우 중대시민재해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참사 피해를 키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둔덕'이 있는 활주로를 공중이용시설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사고기가 동체 착륙 중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해 반파되고 화재가 발생하면서 인명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많다. 본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는 항공기와 충돌 시 안전을 위해 부러지기 쉬운 구조물 위에 장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단단한 콘크리트 둔덕 위에 시공돼 의문을 키우고 있다.

국토부는 해당 로컬라이저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규정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규정을 확인하고 답변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중대재해법상 공중이용시설에 공항 여객터미널이나 대합실은 포함되지만, 활주로에 대한 규정은 없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손익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규정된 시설물만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돼 있어서 활주로는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로컬라이저 설계와 시공 책임 범위도 불분명하다는 문제도 있다. 무안공항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공항공사나 사업을 추진해 온 지방자치단체인 전남도까지도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로 중대시민재해로 처벌 가능성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중대한 과실이나 의무 위반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최고 책임자를 형사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2023년 7월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경우에도 청주시장과 충북도지사 등 지자체장들이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발됐지만 수사를 맡은 청주지검은 1년 6개월이 넘은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변협(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인 신현호 변호사는 "시설물이나 공작물 관리 부실로 (중대시민재해) 형사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며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서 공소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