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시간 스리잡 '16살 가장' 대학 간다…"오랜 꿈 응급구조학과 합격"

(유튜브 '월드비전'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아픈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책임지기 위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하루 15시간씩 일하던 이용일(18) 군이 검정고시 합격 후 원하던 대학에 진학했다는 가슴 따뜻한 소식이 전해졌다.

2일 국제구호 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과 YTN에 따르면, 구급대원을 꿈꾸던 이 군은 지난해 여름 고졸 검정고시에 붙었다.

불과 열여섯 살에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지만, 대학교 응급구조학과 합격 통지서를 받으면서 되레 또래보다 1년 일찍 대학생이 됐다.

앞서 이 군의 사연은 지난 2023년 9월 월드비전이 공개한 영상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그는 파킨슨병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할아버지와 교통사고로 뇌 병변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가장이 됐다.

부모의 헤어짐으로 어머니도 없는 상황에서 이 군은 새벽 3시부터 택배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낮에는 식당 아르바이트, 밤에는 야간 경비까지 '스리 잡'을 하며 하루 15시간을 일했다.

이외에도 선팅 업체, 물류 창고 관리,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왔다고 한다.

이 가운데 이 군의 아버지는 지난해 11월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배달 오토바이에 올랐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이 군은 "일을 하다가 가끔 쉬는 시간이 되면 '남들은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막 재미있게 놀고 있을 거고 축제를 즐기고 있을 텐데, 왜 나한테만 이러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유튜브 '월드비전' 갈무리)

집에 돈을 벌어오는 게 우선이라 대학에 갈 생각이 없었던 이 군은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일을 줄이고 학업에 열중한 끝에 구급대원이라는 꿈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이 군은 "(응급구조사가) 영웅 같아 보였다. 아무리 몸이 힘들고 아파도 그분들만 있으면 언제든 병원에 갈 수 있었다"며 "내가 대학도 가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이 밑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거의 3년 만에 학교에 다시 발을 들이는 거라 조금 설레는 마음도 있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며 "그래도 내가 원하는 길이고 지금까지 쫓아왔던 길이니 후회 없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이 군은 "작년, 재작년 바쁘게 살 때는 미래를 생각 안 했다. 비관적인 생각도 많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꿈을 꾸게 되고, 또 그 꿈을 좇아가게 됐다"며 "어떨 때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겠거니', 또 언젠가는 '소방관이 되었겠거니'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고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