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길막냐" "일부러 밀쳐"…'尹 체포영장 발부' 관저 앞 고성·몸싸움

(서울=뉴스1) 남해인 정윤미 기자 =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대통령 관저 인근 탄핵 찬반 시위대 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양측이 서로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벌였다.

이날 오후 3시 45분쯤 탄핵 찬성 집회에 참가한 여성 A 씨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지나가던 70대 남성 B 씨에 의해 밀쳐졌다. 당시 보수·진보 성향 시민들은 한남대로36길을 사이에 두고 각각 집회를 열고 있었다.

나무에 부딪혀 쓰러진 A 씨는 팔과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이에 관할 경찰과 구급차가 출동했다.

주변에 있던 일행들이 경찰에게 "일부러 밀었다,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B 씨는 "내 길을 지나가는 거다. 왜 길을 막냐"며 소리쳤다. B 씨의 일행인 남성 C 씨도 "윤석열한테 쌍욕 하지 않았나. 어른에게 쌍욕 하는 게 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충돌했던 시민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고 현장을 떠난 뒤에도 집회 참가자들의 고성은 한동안 잦아들지 않았다.

이날 관저 인근은 오전 8시부터 찬반 집회가 열리며 일촉즉발 긴장감이 고조돼 왔다. 책가방을 멘 초등학생, 출근하는 직장인, 동네 주민 등 일반 시민들은 추위에 옷깃을 여미며 이런 광경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에는 약 35m 길이의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 라인 안쪽에는 경호처 직원 2명, 밖은 사복경찰 2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관저 정문이 위치한 인도 양옆 명봉빌딩부터 한남초등학교 사이 440m 거리에는 수십명의 사복경찰과 제복 경찰이 뒤섞여 배치됐다. 유사시를 대비해 관저 양옆 육교와 곳곳에는 폴리스라인이 대기 중이다.

언론 취재도 엄격히 제한됐다. 오전 8시47분쯤 취재용 카메라를 든 사진기자가 관저 입구를 서성이자 한 경찰이 가로막고 돌려보냈다. 사진·영상 취재진은 170m가량 떨어진 한남대로와 한남대로36길 교차점까지 접근이 가능하나 이곳은 관저 촬영이 불가한 위치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오전 형법상 내란죄(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영장을 청구한 지 33시간여만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내달 6일까지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