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해도 못 지나쳐" 출근길 서울시청 앞 분향소 찾은 시민들

출근길 직장인 조문 행렬…엄정한 조사·유족 지원 당부
"남 일 같지 않아", "애도하며 조사 결과 기다려야"

31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3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서울시청 앞에 차려진 무안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에는 시민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31일 오전 8시 분향소 문이 열리자마자 인근 직장인 등이 찾아 조의를 표했다. 특히 출근길에 들른 이들이 많았다.

출근길 우연히 분향소를 보게 돼 발걸음했다는 정 모 씨(28)는 "(회사에)지각할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모든 이가 같은 마음일 테지만,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허망함을 드러냈다.

직장인 박 모 씨(32)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특히 가족이 항공업에 종사하고 있어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헌화한 뒤 눈물을 흘리며 분향소를 나오는 시민도 많았다.

김연주 씨(38)는 "참사 당일에 마음이 아려 텔레비전 앞을 떠날 수 없었다"며 "무엇보다도 정확한 조사로 사고 원인이 빨리 규명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응당 처분이 내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건물에서 청소부로 일한다는 양 모 씨(52)는 "내 가족이었다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현장에서 아직도 시신을 기다리고 있는 유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고, 모든 후처리를 그들에게 초점을 맞춰 빨리 진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전 9시를 넘어서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강북구에서 조문을 위해 찾아왔다는 정희주 씨(42)는 "내 가족 같고 내 자식 같고 안타까워 왔다"며 "올해가 어서 지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구직 중이라는 정 모 씨(35)는 "이미 참사가 벌어진 뒤에 굳이 분향하러 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어 망설였다"며 "그러나 한 사람이라도 더 이곳에 와 마음을 보태는 게 유가족은 물론 이번 참사로 고통을 겪는 모든 이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하는 길이라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참사가 벌어진 상황에서 섣부른 추측과 책임 소재 가리기로 사회적 혼란과 유가족 고통을 가중하는 대신 애도의 마음만으로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