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조 의혹' 물고 늘어지는 검찰…'내란 수사' 동력 약화 우려
국수본 "현장 안내조로 방첩사에 10명 명단 보내…만나진 않아"
"檢, 경찰 지원 고사하고 이전투구…내란 수사 말라는 건가" 지적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경찰 체포조 동원' 의혹을 계속 수사하면서 검경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추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경찰이 적극 해명하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중대한 사건인 만큼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지만 일각에서는 검경 간 갈등으로 인해 내란 혐의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검찰은 계엄 당시 체포조가 동원된 의혹이 있다며 경찰을 향해 칼끝을 들이밀고 있다. 국수본이 국군방첩사령부에 정치인 등 유력 인사 '체포조'를 지원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경찰 체포조는 10명에서 50명으로 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수본은 지난 26일 오후 비공식 브리핑 자리를 마련해 관련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방첩사의 지원 요청에 현장 안내 역할로 비상 소집돼 있던 영등포서 형사 10명 명단을 보내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들이 방첩사와 만나지는 않았다는 게 경찰 주장이다.
당시 연락을 담당한 수사기획계장은 방첩사로부터 '체포'라는 단어를 듣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누구를 체포하는지 들은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계엄이 선포됐으니 막연히 계엄 사범 체포로만 짐작했다고 했다.
방첩사 지원 요청에 명단을 보내라 지시한 것도 우종수 국수본부장이 아닌 조지호 경찰청장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19일 국수본 압수수색을 단행, 우 본부장을 포함해 국수본 관계자 4명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우 본부장은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 당한 일이 "이례적인 경우",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상식·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수사 방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사권 조정 이후 내란죄 수사 관할은 경찰에 있는데 검찰이 경찰을 지원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검찰이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서 수사를 주도해 왔던 과거 행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발상에서 (이런 상황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수사 주체인 경찰을 지원해 줘야 하는데 지원은 고사하고 기관 간 이전투구가 되면서 엉뚱한 데 힘이 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현직 대통령은 내란이나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소추를 받지 않기 때문에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견인하겠다는 검찰 입장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될 여지도 있다.
이 교수는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사람을 압수수색하는 건 사실상 내란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사법 원칙을 지키고 정도를 걸어야 할 법조인이 꼼수를 쓰기 위한 법조 신기술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인 등 유력인사 체포 문제는 중대한 사안이고, 경찰은 국회 봉쇄 등 의혹도 받는 만큼 체포조 의혹에 대해서도 명확히 규명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검경 양측 생각이 다르고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사안은 검찰이 입증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검찰과 관련된 형사 사건에서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다 기각시키는 등 그동안 보여줬던 비협조적 태도를 고려하면 (경찰을 대상으로) 검찰이 압수수색 하는 건 반발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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