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반토막"…명동 '크리스마스 특수' 날려버린 비상계엄[르포]

"취소 고민했어요"…외국인 관광객, 비상계엄에 한국 방문 망설여
명동 거리 '한산'…비상계엄 이후 직장인들도 '바로 퇴근'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전 한산한 명동 거리의 모습.2024.12.12/뉴스1 ⓒ News1 이강 기자

"매출이 반토막도 더 났어요"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아침, 명동 거리는 여느 해보다 조용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답지 않게 외국인 관광객 몇몇만이 길을 오갈 뿐. 거리 곳곳에서는 캐럴과 K-POP 음악이 울렸지만 예년만큼 북적이지 않았다.

명동역 6번 출구부터 명동예술극장 앞 거리까지 약 317m를 걷는 동안 104개의 매장을 들여다봤지만, 트리 등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은 곳은 9개에 불과했다. 크리스마스 특수는 이젠 옛말에 불과했다.

명동성당 근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 기념품점 점장 정광헌 씨(43)는 텅 빈 가게 앞 의자에 혼자 앉아 있었다. 정 씨는 "손님들이 비상계엄 때문에 직접 예약 취소 전화를 하기도 하고, 여행사나 호텔에서도 취소 소식을 들려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 바람에 매출이 반토막도 더 났는데, 정국이 길어질까 봐 불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기념품점도 오전 내내 한산했다. 관광객 한두 명이 들어와 물건을 구경하고는 3분이 채 되지 않아 나갔다. 아르바이트생 김노연 씨(25)는 "계엄 이후로 손님이 확 줄었다"며 "8월이 비수기인데, 그때보다도 손님이 70% 정도 더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충무김밥 집을 운영하는 지 모 씨(58)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퇴근 후 바로 집으로 가는 사람이 늘어서 이달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크리스마스 특수'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었다. 지 씨는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사람이 좀 오지 않겠어요?"라며 애써 웃어 보였다. 말을 마치고는 분주하게 저녁 장사 준비를 시작했다.

오후에 접어들자, 명동을 찾는 발길이 조금은 늘었지만 여전히 '북적인다'는 표현이 어울리지는 않는다. 간간이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 말소리 사이로 구세군 종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명동예술극장 앞, 10m 높이의 대형 트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허은경 씨는 매년 크리스마스이브마다 명동에 쇼핑도 하고 외식을 즐기러 온다고 했다. 올해도 6명의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 허 씨도 차이를 실감했다. 매년 친구들과 같은 식당에 가는데 "항상 보이던 중국 단체 손님들이 올해 처음으로 없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은 비상계엄으로 한국 방문을 망설였다고 한다.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만난 한국계 미국인 관광객 크리스틴은 "명동은 쇼핑과 음식을 위해 방문했지만, 계엄 상황 때문에 안전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 존은 "원래는 여행을 취소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다고 판단해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에서 온 멜리사는 "남미에서 비슷한 상황을 자주 겪어서 나는 무섭지 않았지만, 부모님은 계속 전화로 귀국하라고 하더라"며 웃으며 말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