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채현 "반려견 훈련 전문가 다 믿지 마라. 나도"…강압 훈육 비판

놀로-동물자유연대, 반려견 훈육 관련 방송
설채현 등 "강압적인 체벌, 교육 효과 없어"

놀로 행동클리닉과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3일 '좋은 말로 할 때'란 제목으로 반려견의 훈육과 학대에 대해 논의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은 최근 한 애견유치원에서 반려견을 학대하는 장면 (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전문가라고 다 믿지 마세요. 저도 믿지 마시고요. 보호자들이 비판적 사고를 갖고 '30개월령 어린아이 수준의 정신연령을 가진 개가 과연 저 휸육법을 이해할 수 있을까?'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야 합니다."

설채현 수의사가 '전문가들이 반려견 훈련하는 영상을 보면 학대인지 훈련인지 분간이 어렵다'는 라이브 방송 시청자의 질문에 대해 한 답변이다.

23일 놀로 행동클리닉과 동물자유연대는 반려견의 '훈육과 학대 사이'에 대해 논의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설채현 동물행동 전문 수의사(놀로 행동클리닉 원장)는 강압적인 훈육 방법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라이브 방송 패널로는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장이 참여했다. 사회는 박여명 아나운서가 맡았다.

방송에서는 애견유치원, 가정방문훈련 등 반려견 관련 산업에서 일어나는 훈련을 빙자한 학대부터, 가정 내에서 벌어진 학대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 인도적인 훈련의 기준을 정립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놀로 행동클리닉과 동물자유연대가 반려견 훈육 방법에 대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박여명 아나운서, 한재언 변호사, 설채현 수의사,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팀장 ⓒ 뉴스1 한송아 기자

특히 이들은 강압적인 체벌은 교육에 효과가 없다는 데 공감하며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잘못된 훈육 방법이 전파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설채현 수의사는 "'개는 말이 안 통하니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라며 "개는 30개월령 아이와 비슷한 정신연령을 갖고 있어 체벌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통만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체벌했을 때 즉각적인 교육이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람 목에 누군가 칼을 들이대면 가만히 있게 되는 것과 같다"며 "개도 두려움 때문에 순응하는 것일 뿐 교육이 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려견 행동을 교육을 통해 내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생각보다 교육이 아닌 환경 관리 등을 통해 타협·조절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재언 변호사는 "프랑스에서는 법적으로 반려견 훈련 시 전기 충격기, 초크체인처럼 고통을 주는 도구 사용을 금지하고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훈련사 등 전문가가 위반하면 불법성이 가중돼 더 큰 벌금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그만큼 훈육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변호사는 이어 "현재 한국은 학대에 대한 범위가 너무 좁아 직접적인 상해가 있거나 죽지 않으면 처벌이 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학대 범위를 넓히고 처벌 기준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물 구조 현장 경험이 많은 송지성 팀장은 "흥분하고 공격성을 보이는 개를 구조할 때도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트라우마를 입고, 이후 사람과 어울려 살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다"라며 "우리 입장에선 구조지만 개의 입장에선 납치일 수 있는 것처럼, 다 알고 있는 우리가 동물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사람이 개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어느 한쪽만이 아닌 함께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라이브 방송에 참여한 누리꾼들은 "개가 아닌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정서적 학대도 처벌되면 좋겠다" "동물권에 의식이 있는 사람들만 훈련사로 자격을 줬으면 좋겠다" 등 다양한 의견을 냈다.

지난 23일 놀로 행동클리닉과 동물자유연대는 '좋은 말로 할 때'란 제목으로 반려견의 훈육과 학대에 대해 논의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라이브 방송 후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최근 동물자유연대가 20세부터 59세까지 전국 남녀를 대상으로 반려동물 훈육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가 공개됐다.

설문 결과 '폭력적 훈육 방법은 동물학대인가'라는 질문에 '동물학대다'라는 의견이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훈육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라는 질문에서는 '간단한 목줄 통제나 강한 어조로 명령하는 정도'가 적정하다는 의견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목줄이나 훈련도구를 이용한 체벌, 강제 훈련은 허용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높았다. 반려동물 양육 경험자 중 폭력적인 훈육방식을 실제로 해봤다는 반려인은 15% 미만이었다.

그러나 국민인식은 폭력적인 훈육 방식이 동물학대이며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편, 폭력적 훈육 방식을 사용해 본 경험자의 86.5%가 폭력적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응답했다.

이를 통해 동물자유연대는 폭력적 훈육방식에 대한 인식 개선이 꾸준히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