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인증샷 찍고 가세요"…시위 농민들, 시민에 색다른 감사 표시
- 김송이 기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트랙터 상경 투쟁을 펼친 가운데, 농민들이 시위를 도와주러 나온 시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기 위해 트랙터에서 기념 촬영을 하게 해줘 무거운 분위기의 시위 현장 속에서도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전농 회원들은 앞서 21일 낮 12시쯤 트랙터 30여 대와 화물차 50여 대를 몰고 서울로 진입하려다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고개 인근에서 경찰에 가로막혔다.
시내 교통 혼란 우려를 이유로 경찰이 도심 진입을 차단하자 전농은 1박2일 밤샘 항의 집회를 벌였는데, 트랙터로 경찰 버스를 받는 과정에서 농민 2명이 연행되고 트랙터 창문이 깨지는 등 충돌이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시민들은 속속 남태령역으로 모여들었고, 영하 7도까지 떨어진 새벽 한파 속에서도 응원봉을 들고 농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낮이 될 때까지 대치가 이어지자, 22일 오후 X(옛 트위터)에는 트랙터 기념 촬영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했다. 농민들이 자신들을 돕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을 위해 트랙터 기념 촬영을 권한 것이었다.
트랙터에는 '(운전석에서) 트랙터 기념사진 촬영^^ 농민들의 고마움 표시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가 붙었고, X에 인증샷을 찍어 올린 한 시민은 "농민분들이 시민들 너무 고맙다고 트랙터에 올라가서 기념 촬영하셔도 된다고 했다. 시민들 두셋씩 모여서 트랙터 타보고 너무 훈훈하다"는 후기를 남겼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인간미 넘치는 시위 현장이다", "농민들이 트랙터 내준 거면 전부를 주신 거다, 인증샷 못 참지", "이 시국에도 귀여운 포인트가 있다는 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응원봉을 들고나왔듯 저분들한텐 트랙터가 가장 소중한 거라서 몰고 나오셨다는데 그걸 기념으로 내주셨네, 눈물난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시민들의 합류로 농민들을 막아섰던 경찰은 결국 22일 오후 4시 40분쯤 28시간여 만에 남태령에서 철수했고, 남태령에서 출발한 트랙터 10여 대는 도로로 행진해 저녁 6시 반쯤 윤 대통령 관저 인근 한강진역 집회 현장에 합류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여 명의 농민과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다시 만난 세계' 등 대중가요를 부르며 응원봉을 흔들다 오후 8시쯤 공식적으로 해산했고 경찰과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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