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고드름, 우리보고 죽으라는 거냐"…'남태령 불침번' 선 시민 분노

전국농민회총연맹 페이스북 갈무리
전국농민회총연맹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처벌을 촉구하며 트랙터를 몰고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전농)이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 인근에서 경찰과 밤샘 대치를 이어간 가운데 시위 현장에 있었던 시민이 당시 상황을 전했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여했던 일부 시민들까지 대치 현장에 모여들면서 과천대로 일대는 대규모 집회 현장으로 변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1000여 명이 넘는 시민이 밤샘 시위를 이어갔다.

밤샘 시위가 이어지는 동안 현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음료, 핫팩, 죽 등 후원 물품이 쏟아졌다. 한 시민은 자발적으로 버스를 대절해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광화문 퇴진 시위에 참여했다가 남태령 고개로 향한 시민 A 씨는 이날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광화문 시위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태령 소식 듣고 갔다가 지금 돌아오는데 차도 다 끊긴 한밤중 영하 7도에 편의점도 아무것도 없는 아스팔트에 앞뒤로 봉쇄해 놓았던 건 우리보고 그냥 죽으라는 거였다"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 농민들이 21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위해 트랙터와 트럭을 몰고 상경하던 중 서울 남태령 고개 인근에서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2024.12.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어 "사람들이 핫팩, 음식 보내주지 않았으면 정말 말 그대로 우린 죽었다. 대비하고 간 자리도 아니어서 옷도 그리 두껍지 않았고 핫팩도 별로 없고 물도 없었다"라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A 씨는 "순전히 사람들이 핫팩 보내주고 서로 옆사람 확인하고 해서 살아남았다. 경찰이 우리 죽이려고 했는데 우리가 살아남은 거다. 근데 우리가 떠나면 농민 어르신들 앞에 아무 눈치 안 봐도 되는 저들이 서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는데 일행이 자꾸 쓰러져서 정말로 죽을 것 같아서 나왔다. 경찰이 어젯밤 정말 이 모두를 죽이려고 했다"라며 비판했다.

다른 시민들도 "전농 버스 아니었으면 난 지금 응급실도 못 실려 가고 안치실로 가고 있었을 거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마스크 끼고 갔다. 마스크에 고드름 달릴 정도로 추웠다. 실시간으로 도착한 물품들로 거기 있는 사람들 전부 살 수 있었다", "진짜 추웠고 내 주위에도 저체온증으로 상태 안 좋았던 사람들 제법 있었다"라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무사해서 다행이다", "이게 무슨 일이냐", "무슨 이유로 저러는 건가", "시민들 아니었으면 동사자 있었을 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전농은 21일 오전 9시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출발해 낮 12시쯤 과천대로를 통해 서울에 진입해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광화문 촛불집회 장소로 행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극심한 교통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한 통고'를 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