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뒤집어 씌우고 때렸다"…감방 동료 살해한 '무기수 악마'
"금 사겠다" 중고거래 판매자 죽여 무기징역형[사건속 오늘]
교도관 묵인 아래 '집주인' 행세, 두번째 살인…다시 무기형
- 김송이 기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3년 전 오늘 공주교도소에서 출소 3개월을 앞둔 박상수 씨(당시 43세)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숨을 거뒀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급히 병원으로 향한 박 씨의 가족은 온몸에 멍 자국이 든 채 숨진 박 씨와 마주했다.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박 씨에게 골절 등 폭행당한 흔적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의식을 잃은 박 씨가 발견된 방에서는 4명의 수용자가 생활하고 있었다. 박 씨를 포함한 3명은 형기가 3년 이하였고, 나머지 한 명은 무기수인 20대 이 모 씨였다.
박 씨는 그 방에서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려왔다. 박 씨의 누나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들었다며 "처음 왔을 때 (이 씨가) 신고식 한다고 동생 갈비뼈를 부러뜨려서 기어다니면서 밥 먹게 했다더라. 사건 당일에는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팬티를 얼굴에 뒤집어씌우고 때렸다더라"고 말했다.
이 씨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공주교도소에서 몇 안 되는 무기수 중 하나였다. 동료 수형자들 사이에서는 '사람을 3명 죽이고 산에 묻었다더라', '나이가 어린데 공주에서 조폭 생활도 했다더라' 등 이 씨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앞서 이 씨는 2019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금을 판매하는 40대에게 직거래를 유도해 금품과 차를 빼앗고 그를 살해했다. 원래는 성실하게 일하면서 4000만 원가량을 저축하기도 했던 이 씨였지만, 온라인 도박과 주식으로 모두 탕진해 1300만 원의 빚까지 떠안은 그는 강도를 택했다.
당시 범행 닷새 만에 붙잡힌 이 씨는 수사 과정에서부터 있지도 않았던 공범의 존재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텔레그램을 사용해 공범의 흔적이 남지 않았다"며 황당한 주장을 펼치던 이 씨는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씨의 나이가 젊고, 별다른 처벌 전력이 없다며 갱생의 여지가 있다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달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는 이 씨를 사회에서 영원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범행에 대한 증거가 충분함에도 이 씨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해 장기간 수형생활을 하더라도 갱생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이유였다.
사실 이 씨는 조폭 출신도 아니었으며 막노동 등으로 힘들게 일해 열심히 돈을 모으기도 했었다.
이 씨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기 전인 미결수 시절, 대전교도소에서 함께 생활했던 수감자는 이 씨에 대해 "걔 초범이었다. 그리고 첫 징역이고 판결에 대해서 엄청 걱정했다. 반성도 하고 밤에 막 울기도 했다. 혼자 화장실 가서도 울고, 밥 먹다가도 울컥울컥하고. (저한테) 괴롭다고 했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무기수가 된 그는 공주교도소에서 돌변했다. 무기수가 많지 않았던 공주교도소에서 이 씨는 해당 방의 주인으로 살면서 다른 수감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했는데, 교도관들은 어느 정도 이 씨를 묵인해 줬다.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전·현직 교도관들은 교정 현장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해 일부 교도관들이 수감자들을 쉽게 관리하기 위해 무기수나 장기 복역수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 복역자들은 '집주인'이라는 은어로 불리며 그렇게 실질적으로 교도소를 관리했다.
실제로 사건이 발생한 공주교도소 역시 야간과 휴일에는 1명의 교도관이 120여 명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환경에서 공주교도소 '집주인'이 된 이 씨는 점점 폭력성을 드러냈고 타깃이 된 박씨를 잔혹하게 괴롭혔다.
이 씨는 주먹과 몽둥이 등으로 박 씨의 복부를 때린 것은 물론, 식판과 샤프연필 등을 이용해 머리와 허벅지 등에 상해를 가하기도 했다. 또 박 씨의 머리에 고온의 물이 담긴 물병을 올려 화상을 입혔으며 강제로 추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씨는 보복을 우려해 쉽게 신고할 수 없었다.
이 씨는 박 씨를 폭행하고 괴롭히다 살해한 혐의로 지난 4월 무기징역을 추가로 확정받았다.
syk1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