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에 미안, 노인들 너무 미워 말길"…'탄핵 눈물' BBC뉴스 이승방씨의 당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이승방 씨(77)가 탄핵소추안 가결이 발표된 순간 눈을 질끈 감고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엑스 갈무리)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이승방 씨(77)가 탄핵소추안 가결이 발표된 순간 눈을 질끈 감고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엑스 갈무리)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순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BBC 뉴스에 포착돼 화제에 올랐던 이승방 씨(77)가 기성세대로서 젊은 세대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 14일 BBC 뉴스 제이크 권 수석 저널리스트는 SNS에 '1947년생 이승방 씨, 그 소식이 발표된 순간'이란 글과 함께 이 씨의 모습이 담긴 짧은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서 이 씨는 윤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순간 시민들 사이에서 눈물을 터뜨리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함성을 지르는 시민들 사이에서 이 씨도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양손을 흔들고 기쁨을 누렸다. 당시 집회 현장에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날 BBC 뉴스의 인터뷰에 응한 이 씨는 능숙한 영어로 "독재자 윤 대통령은 이제 사라졌다. 너무 행복하다"(The dictator president yoon is now disappeared. So happy)고 말했다.

(엑스 갈무리)

이 모습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한 모든 누리꾼에게 감동을 전한 이 씨는 1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6·25 전쟁 이후의 참화, 4·19 혁명, 80년대 민주화운동 등 직접 겪었던 굴곡진 현대사가 흑백 영화처럼 떠올랐다고 했다.

4·19 혁명 당시 중학생이었다는 이 씨는 고등학교 선배들을 따라 시위에 나섰던 때를 회상하며 "경무대(현 효자동 구 청와대) 인근에서 들렸던 총소리도, 시민들이 트럭에 올라타 독재 타도를 외쳤던 절규도 또렷이 기억난다"고 했다. 또 연세대학교 65학번인 그는 신입생 때 '한일청구권 협정 반대 운동'에도 참여했다고.

그는 14일 집회에서 BBC 카메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집회에 참여한 시민 중 한 명으로 촛불을 들었는데 마침 카메라가 있어 담겼을 뿐"이라며 "누구라도 탄핵안 통과 당시엔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녀시대 노래는 잘 몰라도 한국은 흥의 민족이니 자연스럽게 덩실거리게 됐다"며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대견하고 대한민국이 어떠한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또다시 느꼈다. 우리 기성세대가 정치 선택을 잘해야 했는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노인들을 미워만 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