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가 회동' 참석자들 수상한 휴대전화 교체…증거 인멸 처벌은?
계엄 '실패' 후 박성재·이완규·김주현 등 책임자들 회동
전문가 "외관상 증거 인멸 정황…다른 증거 있으면 처벌 가능성"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 비밀 회동에 참석했던 정권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휴대전화를 교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거 인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은 충분히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증거 인멸 시도로 보려면 휴대전화에 담긴 내용이나 교체 목적 등 부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저녁 7시 전후 대통령 안가 비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 4명으로 알려졌다.
주요 이동통신사가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박 장관과 김 수석, 이 처장이 회동 직후 휴대전화를 모두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안가 회동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7일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계엄 실패' 후 이뤄진 안가 비밀 회동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박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회동 목적을 묻는 말에 "모여서 다시 보기 어려울 거니까 (만났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회동 당시 모인 인사들이 대체로 법에 정통하고 수사기관을 총괄하는 직무인 만큼 계엄 관련 수사를 대비하기 위한 자리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시 이미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관련자들이 고발된 상태였다.
회동 참석자들이 그 직후 줄줄이 휴대전화를 교체했다는 사실은 이번 회동의 목적이나 논의 내용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중요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미리 말을 맞추려고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장관 측은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을 대비해 업무 공백을 줄이고자 공인인증서나 사진 등을 다른 휴대전화로 옮겼을 뿐 기존 휴대전화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처장은 휴대전화를 교체한 이유에 대해 국회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싫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교체를 증거 인멸 시도로 보려면 추가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정황상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를 방어하는 차원에서 (휴대전화를 바꿨다면) 증거 인멸인데 거짓 진술하는 등 다른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여러 명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다 고장 나서 교체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외관상 일단 증거 인멸 정황이 농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거 인멸 가능성은) 모여서 실제로 대책 회의를 했거나 서로 입을 맞췄다는 등의 증거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면 누구를 위해서 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형법상 자기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는 경우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된다. 다만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는 요건은 될 수 있다.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 증거인멸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이들이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이 윤 대통령 등 다른 사람의 내란 혐의를 감싸기 위한 행위라면 증거 인멸 혐의가 적용돼 단순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될 수 있다.
이 교수는 "2차 내란 모의 개연성도 보이고 주요 피의자들은 다 구속되는 상황인데 상대가 대통령이다 보니 (수사기관이) 체포를 주저하고 있다"며 "증거 인멸 가능성이 크면 체포영장 발부 요건은 충분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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