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친구 산 채로 저수지 유기한 '전과 7범'…챙긴 돈은 12만원
"마약 사업하자" 유인…망치·노끈·돌 챙겨 준비 [사건속 오늘]
"빌려 간 6500만원 갚아라" 다툼 뒤 살해…돌에 묶어 물속으로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충북 진천에서 돈 몇 푼 때문에 40년지기 친구를 무참히 살해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2011년 12월 17일, 피해자 A 씨(당시 42)의 아내가 "친구와 초평저수지로 낚시하러 간다며 나간 남편이 일주일째 귀가하지 않고 있다"는 경찰 신고로부터 시작됐다.
A 씨가 만난 친구는 김 모 씨로, 김 씨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지만 수사 끝 그가 철저히 계획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김 씨는 경찰이 찾아오자 "A 씨 만난 건 사실이다. 근데 날이 추워서 낚시하다가 먼저 나왔고, A 씨는 계속 남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저수지 일대를 수색해 A 씨가 낚시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좌대를 발견했다.
당시 좌대는 깨끗이 청소된 상태였지만, 정밀 감식 결과 A 씨의 혈흔이 발견됐다. 이후 인근 진입도로 등에 설치된 CCTV에서 사건 발생 몇 시간 전 A 씨 차가 낚시터로 향하는 모습과 김 씨도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던 중 김 씨의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인은 "김 씨가 요즘 이상하다. 뭔가 불안하고 어디 떠날 것 같은 느낌"이라며 말했다. 이에 경찰은 곧장 김 씨를 찾아 "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어디 가면 안 된다"고 안내하며 신병을 확보했다.
결국 김 씨는 A 씨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그에 따르면, 김 씨는 A 씨에게 "마약 사업을 같이 하자"며 각자 2500만 원씩 준비해 마약상으로부터 마약을 구입한 뒤 이를 처분해 많은 돈을 벌자고 제안했다.
이어 김 씨는 "사업을 같이 하려면 돈이 필요하니 저수지로 돈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12월 10일 오후 11시쯤 저수지에서 만나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함께 낚시하면서 술을 마셨다.
당시 김 씨는 A 씨한테 수년 전 빌려준 돈 6500만 원을 갚을 것을 요구하다 말싸움을 벌였고, A 씨의 뺨을 때렸다. 그러자 A 씨도 김 씨의 입술 부위를 한 대 때리고 서로 멱살을 잡으며 다퉜다.
한바탕 싸움이 끝난 뒤 A 씨가 좌대 방 안에 앉아 김 씨에게 "너는 불법 오락실해서 돈 벌고, 놀음판 꽁짓돈을 대줘 돈 벌었지"라고 비아냥대자, 김 씨는 "그만해라. 개XX야. 뒤진다"며 격분했다.
모욕에 참다못한 김 씨는 노란 쇼핑백에 담겨있던 길이 약 40㎝의 쇠망치를 들고 좌대 방 안으로 들어가 A 씨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김 씨는 A 씨가 손으로 잡으려고 하는 것을 뿌리치고 다시 쇠망치로 머리를 수회 내려쳐 두개골 함몰로 사망하게 했다. 이어 김 씨는 A 씨가 죽었지만, 돈은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에 그의 소지품을 뒤져 현금 12만 원과 휴대전화 한 대를 챙겼다.
이후 A 씨의 시신을 버리기 위해 뒷산에서 주워 온 10㎏짜리 돌을 A 씨 배 위에 올려놓고 나일론 끈으로 양손, 다리, 몸통을 함께 묶었다. 김 씨는 A 씨의 시신을 나룻배에 싣고 노를 저어 약 300m 떨어진 곳으로 이동, 물속에 던져 사체를 유기했다.
앞서 두 사람은 이번 사건 발생 한 달 전에도 다툰 적이 있었다. 11월 22일 오전 1시쯤, 김 씨는 A 씨로부터 불법 게임장을 인수했다.
문제는 이날 게임기의 구조 원리를 아는 A 씨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많이 따자, 김 씨는 이에 앙심을 품고 말다툼했다.
김 씨는 A 씨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A 씨가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김 씨는 TV 옆에 있던 날 길이 약 7㎝의 쪽 칼로 A 씨의 왼팔 윗부분을 힘껏 찔렀다. 이에 A 씨는 좌측 상완부 근육 열상을 입었고, 김 씨는 특수 상해 혐의를 받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김 씨의 자백에 12월 22일 잠수부를 동원해 시신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저수지가 얼지 않아 수색이 가능했고, A 씨의 시신이 어망에 걸려 한 번에 꺼낼 수 있었다.
그러나 A 씨의 부검 결과, 익사 정황이 있었다. 다시 말해 A 씨는 여러 차례 머리를 맞았지만 살아있는 상태에서 손과 발이 묶여 산 채로 수장된 것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 김 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인한 결과, 그가 사건 발생 3일 전 지인 이름을 빌려 좌대를 예약한 점을 미루어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김 씨의 전과도 눈에 띄었다. 김 씨는 수회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 및 상해죄의 전과가 있었다. 실형 전과만 7회에 달했고, 이번 사건과 같은 수법인 망치로 타인의 머리를 때려 2년의 실형을 복역한 전력도 있었다.
아울러 5년 전인 2006년 5월, 상해치사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출소한 뒤 9개월도 되지 않아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경찰은 앞서 김 씨가 A 씨로부터 1000만 원을 미리 받았고, 나머지 1500만 원을 받으면 죽이려고 계획했다며 강도 살인죄라고 판단했다.
동시에 김 씨가 차 트렁크에 10㎏짜리 돌을 싣고 온 사실도 밝혀졌다. 아울러 A 씨가 자신을 계속 의심하자, 김 씨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내연녀를 동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김 씨는 내연녀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로 마약상인 척 문자 메시지를 보내라고 요구했다. 그의 휴대전화로 "다음 기회에", "일이 있어서" 등 메시지가 오자 이를 본 A 씨는 "도대체 그게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씨는 "(마약) 공급해 주는 분이 자꾸 다음 기회에 하자고 그런다. 돈을 제대로 빨리 안 주니까 그러는 것 같다"고 거짓말을 해 A 씨가 믿도록 했다.
김 씨는 A 씨를 죽인 뒤, A 씨인 것처럼 그의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김 씨는 "내가 김 씨한테 차를 담보로 1500만 원을 빌렸는데, 이것 좀 해결해달라"고 했다.
또 남편을 찾는 A 씨의 아내를 만나 "저도 A 씨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면서도 "제가 걔한테 1500만 원 빌려준 거 아시죠? 저도 최악이다. A 씨 통장에 잔액이 있으면 인출 좀 해달라. 기름값도 없다"며 변제를 독촉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그렇게 김 씨는 강도살인죄 혐의로 붙잡혀 기소됐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김 씨 측은 1995년쯤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것을 언급하며 범행 당시 정신질환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치료감호소에 의뢰했고, 정신감정 결과 김 씨는 자신의 심리적 고통이나 정서적 어려움을 실제 경험하는 것보다 과장된 방식으로 왜곡되게 드러내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분노 통제에 어려움이 있어 충동적인 행동이 예상되는 등 기질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다고 봤다.
다만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수단, 방법 등을 종합해 보면 김 씨가 인격장애로 인해 심신이 미약한 상태는 아니었다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김 씨는 좌대 문 옆에 있는 노란 쇼핑백에서 망치와 노끈이 있어 범행 때 사용했다며 "이는 여름에 낚시하면서 파라솔을 설치할 때 사용하던 것인데 트렁크에 보관해 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한겨울에는 파라솔을 칠 이유가 없으므로 사전에 흉기와 노끈을 준비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강도 목적을 부인하며 "우발적으로 살인한 뒤 12만 원을 훔쳤다"고 살인죄와 절도죄를 주장했다. 마지막 조사에서 김 씨가 강도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했으나, 끝내 법정에서는 이를 부인했다.
이에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압박에 강도 살인을 인정한 것으로 봤으며, 김 씨가 A 씨에게 나머지 1500만 원을 받은 증거가 없는 점도 미루어 보아 강취의 목적이 없으므로 강도 살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김 씨는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 또는 사형을 선고받을 뻔했으나, 살인·절도죄로 각 인정받아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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