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이태원참사 기록물 '폐기 금지' 첫 사례…계엄령 문서는?
12·3 계엄 전후 생산된 기록물은 '점검'…파기 우려 나와
수사권 등 강제 권한 없어…"현재까지 협조 잘돼"
- 이설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에 대한 훼손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 및 이태원 참사 관련 기록물에 대한 첫 '폐기 금지' 결정이 내려졌다.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에 관한 폐기 금지 조치를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국가기록원은 '보존기간'을 경과한 기록물에 대해서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5일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기록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태원 특조위)가 각각 요청한 기록물에 대해 13일 폐기 금지를 결정했다.
공공기록물법 제27조3 조항에 의한 것으로 기록원이 2019년 12월 신설된 이후 첫 사례다. 공수처는 7월, 이태원 특조위는 10월 관련 기록물에 대해 폐기 금지를 요청했다. 이후 각각 5개월, 2개월 만에 관련 기록물들이 폐기 금지 요건에 부합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최근 기록원이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기록물 관리 실태 점검에 나서는 만큼 이번 조치도 주목받고 있다. 기록원은 이달 6일 비상계엄 관련한 기록물의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내고 12일부터 19일까지 실태 점검에 나섰다. 점검반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소속 총 28명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기록원, 대통령기록관 모두 수사권 등 점검을 강제할 권한은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가기록원은 공공기관이 보유, 관리하는 기록물의 목록이나 사본 제출을 요청할 수 있지만 해당 기관이 요청을 거부하더라도 형사처벌 등 불이익은 없다.
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은 기록물 점검 기간 사전에 일정을 협의해 점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점검 대상인 기관이 협조하지 않거나 점검반이 방문하기 전 기록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국가기록원장이 고유 권한으로 '기록물 폐기 금지 조치'를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공기록물법에 의하면 국가기록원장은 국민 권익보호를 위해 긴급히 필요한 경우 기록물 폐기 금지를 결정하고 해당 기관에 통보할 수 있다.
국가기록원은 다만 기록물 폐기 금지 조치는 보존 기간을 경과한 기록물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채 상병 사건과 이태원 참사 관련 기록물도 보존기간 만료가 임박했거나 경과한 관련 기록물에 대한 조치라는 게 기록원의 설명이다.
또 비상계엄 기록물과 관련해서는 기록물을 폐기·은닉하는 경우에 대해 안내했고, 이에 근거한 현장 점검도 이뤄지고 있어, 사실상 '폐기 금지'와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록원은 국방부,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 경찰청, 서울시경찰청, 육·해·공군본부, 합동참모본부, 정보사령부, 방첩사령부, 국군제3707부대 12개 기관에 대한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3개 기관의 기록물관리 실태 점검은 대통령기록관에서 맡는다.
최근 서울경찰청, 국군방첩사령부 등에 대한 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각 기관의 협조가 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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