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탄핵?" 쏟아지는 질문…'중립성 위반 위험'에 교사들 진땀

"'계엄' '탄핵 소추' 생소해"…박근혜 탄핵 당시 현 중1 '다섯살'5
교사들 "우물쭈물 할 수 없어 설명 준비…민원 걱정돼"

8일 오후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헌정유린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촉구 제5차 광주시민 총궐기대회’에서 참가한 시민들이 직접 만든 응원봉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선생님, 탄핵 '소추'가 무슨 뜻이에요?""그건…"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학생들이 관련 질문을 쏟아내지만 자칫 설명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지금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비상계엄을 처음 경험하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너무 어렸기 때문에 현 상황이 생소하다. 12·3 비상계엄 사태 전 마지막 계엄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던 1980년이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는 현 중학교 1학년은 만 5세, 고등학교 1학년은 8세였다.

지난 10일 만난 고등학교 2학년 이 모 양은(17)은 "지난 3일에 '계엄령'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심각한 거라는 생각은 어렴풋이 들었는데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몰랐다.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실 분은 선생님밖에 안 계셔서 '나중에 학교 가서 여쭤봐야지' 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거주하는 이 양은 "대통령 탄핵이 이어지는 것 같은데 뉴스에 나오는 국회 '의결 정족수', '탄핵을 소추한다' 이런 말도 너무 낯설었다. 처음으로 뭔지 궁금해졌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거주 고등학교 1학년인 신 모 양은(16)은 "시험 기간이라 학생들이 다 같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진 못했지만 시험 끝나고 집에 가면서 '계엄령이 뭘까' 하며 얘기를 했다"며 "역사나 정치에 평소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절차와 국회에서 쓰는 용어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이후 학생들에게 계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지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교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등 교사 커뮤니티와 단체채팅방에는 비상계엄과 탄핵 절차에 관한 교육 자료가 올라왔다. 전국역사교사 모임도 지난 4일 "역사 교사로서 책임감이 더욱 무겁게 여겨지는 아침"이라며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PPT 파일을 교사들에게 공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외치며 표결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교사들은 학생들의 질문에 무응답으로 일관할 수 없어 역사·사회 교과에서 다루는 수준으로 계엄령과 탄핵 소추에 관해 설명해 주고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이 최근 정국과 밀접한 사안이라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공직선거법 등은 교사의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한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역사 교사 이 모 씨는 "비상계엄이 있던 주에 고등학교 원서접수 기간이라 학교가 분주해 따로 관련 수업을 하진 못했다"며 "하지만 몇몇 학생이 질문해 기말고사 기간 이후 다룰 수 있게 수업 자료를 만들어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았다는 민원이 들어올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12·3 비상계엄에 관해 설명하는 건 특정한 사상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비상식적인 일'이라는 차원에서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교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사는 수업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업권이 있기에 학기 말에 시간이 있다면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한 고등학교 사회 교사 A 씨는 "'정치와 법'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은 탄핵 소추, 법안 의결 절차에 대해 자세히 배우지만 이외 학생들은 당연히 잘 모를 수밖에 없다"며 "질문하는 학생들이 있어 정치와 법에서 다루는 수준으로 설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관련 지식을 설명하는 정도인데 최근 정치 사건과 연관된 부분이다 보니 학생들이 오해하거나 괜한 민원이 들어오면 곤란해질 것 같아 의식이 된다"며 "우물쭈물할 수 없어 대답해 주고 있지만, 학교 소재 지역의 정치 성향도 뚜렷한 편이다 보니 그런 부분이 더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