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벗어난 이상민, 검·경 수사 계속…'계엄' 관여 여부 관건

탄핵안 표결 이틀 전 '사의'…"더 이상 국정 공백·혼란 안 돼"
'계엄' 전후 국무회의 참석, 김용현과 통화…내란 수사 이어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탄핵안 표결(10일)을 앞둔 8일 면직됐지만 '12·3 내란사태' 수사 대상자로서 검·경·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수사는 이어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이자 최장수 장관으로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해온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에 얼마나 관여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행안부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전날 면직됐다. 이 전 장관이 사의를 표명,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이 전 장관은 입장문에서 "국민 여러분을 편하게 모시지 못하고 대통령님을 잘 보좌하지 못한 책임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이제 행안부 장관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국정의 공백과 혼란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가 자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10일 이 전 장관에 대한 탄핵안 표결이 예정돼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이 장관은 국회에 나와서까지 (계엄령 발동이)정당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였다고 옹호하고 계엄사령관 임명에도 동의하는 등 비상계엄 내란에 동조한 혐의가 짙다"며 탄핵 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에 관여했거나 최소한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 마지막 국무회의인 3일 오후 9시 국무회의와 해제 의결 직후인 4일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특히 3일 국무회의를 앞두고는 울산에서 통상 업무를 수행하던 중 대통령실 연락을 받고 급히 자리를 이탈해 예약된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향하고 있던 5시 50분쯤에는 이번 계엄령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 같은 의혹 제기에 "3일 울산 지방중앙협력회의에 참석하던 도중 대통령실을 통해 대통령과 일정이 있을 수도 있어 서울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당시 그게 국무회의 소집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제가 회의를 가보니 장관 몇 분이 있었고, 그때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또 당시 윤 대통령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알렸다.

김 전 장관과의 통화에 대해서는 행안부가 "통화 내용은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것이 전부"라며 "행안부 장관이 계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대통령실에 도착한 이후"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민주노총 등이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김 전 장관,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 등을 내란죄 혐의 등으로 고발하며 경찰이 현재 사건을 병합해 수사 중이다. 검찰과 공수처도 본격적으로 내란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면직을 수용한 것도 논란을 빚고 있다. 윤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 여러분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오전 11시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국민 공동 담화에서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회동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윤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한 셈이 됐다.

장관에 대한 면직 재가는 헌법 78조에서 규정한 공무원 임면권을 통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해당한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