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안' 부결에 여의도 '울분' 광화문 '환호'…극과 극(종합)
"속에서 열불이 난다" 분통…"물러날 수 없어" 담벼락 기대 공부
보수단체 "우리가 이겼다"…플래시 켜고 尹 지지 외쳐
- 박혜연 기자, 김예원 기자, 남해인 기자,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김예원 남해인 김종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되자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집회 현장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7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 집회에서는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국회를 에워싸고 "탄핵"을 외치며 여당 의원들에게 울분을 쏟아냈다.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100만 명, 경찰 추산 약 10만 7000여 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과 '국민의힘 돌아가라',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한 중년 남성은 "속에서 열불이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들은 행여나 여당 의원들이 국회를 빠져나갈까 담장을 따라 국회를 빙 둘러쌌다. 국회 안에서 지나가는 차량만 보이면 "투표하라" "다시 돌아가라"고 애타게 소리쳤다.
국민의힘 의원 중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이 표결에 참여했다는 소식에 "정족수 5명만 더 나오면 된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상욱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히는 순간 탄식과 실망이 담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국회 앞 집회에 참석한 민 모 씨(31)는 "추운 날씨에도 이렇게 많은 국민이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였다"며 "여당이 알면서도 모른 척할 수준이 아님을 알기 바란다"고 말했다.
해가 진 후 기온이 떨어지자 집회 참가자들은 체조하며 추위와 싸웠다. '하나둘 하나둘' 구령 대신 "윤석열은 퇴진하라" "내란범을 체포하라" 구호를 합창했다.
2030세대 청년들은 아이돌 콘서트에 쓰이는 각종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등 분위기를 띄웠다. LED 촛불보다 더 밝게 빛나는 응원봉에 '탄핵' 글자를 써 붙여 흔들자 주변 중년 참가자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이 집중됐다.
국회 6문 앞에는 일부 청년들이 순찰조를 구성해 주변을 돌았다. 국회 담벼락에 기대앉아 시험공부를 하는 대학생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이패드를 들고 전공과목 시험을 공부하던 김 모 씨(22·여)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람들이 지쳐서 돌아가길 바라는 것 같다"며 "여기서 물러나면 진짜 끝일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9시 20분쯤 탄핵안이 폐기되면서 최종 부결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국민은 이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양대 노총을 비롯한 진보 시민단체들은 다음 주 토요일인 오는 14일 다시 모여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겠다고 밝히고 해산하기 시작했다. 대다수가 귀가를 선택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국회 정문 앞에 남아 "탄핵하라"고 연호했다.
반면 이날 광화문 등 도심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서는 탄핵안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말에 "이겼다"며 기쁨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동화면세점 등 세종대로 일대에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가 오후 1시부터 맞불 집회를 열고 탄핵 반대를 외쳤다. 오후 4시 30분 기준 경찰 추산 2만 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이재명을 구속하라'는 종이 플래카드와 태극기를 손에 들고 김건희 여사 특별법 부결 소식과 윤 대통령 탄핵안 부결 전망에 기뻐했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이것이 윤 대통령을 향한 빛"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여의도 광복회관 인근에서는 자유대한호국단·가로세로연구소·행동하는자유시민 등 여러 보수단체가 모여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곳에는 오후 5시 30분 기준 150여 명이 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당 의원들의 단체 퇴장으로 탄핵안 부결 전망이 나오자 참가자들은 오후 6시쯤 조기 해산하며 반대 진영 집회를 향해 "윤석열이 이겼다", "집에나 가라"고 조롱했다. 다만 경찰의 제지로 양측 집회 참가자 간 큰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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