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낳다 죽을 뻔한 며느리에 "종갓집은 아들 있어야" 둘째 강요한 시모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딸을 낳다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종갓집에는 아들이 있어야 한다'며 둘째 출산을 강요한 시어머니와 남편 때문에 이혼을 고민 중이라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6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 3년 차 여성 A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사연에 따르면 A 씨는 같은 동아리였던 동갑내기 대학 동기와 결혼했다. 서울 토박이였던 A 씨는 사투리 억양이 남아있는 남편이 귀여워 먼저 고백했다. A 씨는 "나중에 알게 됐지만 남편은 저의 곱고 단아한 모습에 첫눈에 반했다고 하더라.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만난 지 3년쯤 됐을 무렵 두 사람 사이에서 결혼 얘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A 씨 부모님은 종갓집의 종손과는 절대 결혼하면 안 된다며 결사반대했다. 하지만 시부모님은 제사가 좀 많은 것만 빼면 다른 집안과 다를 바 없다고 설득했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남편이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확신을 갖고 결혼한 A 씨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결혼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결혼 후 챙겨야 할 시댁 제사는 1년에 9번에 달했다. 이번에는 좀 빠지면 안 되냐는 물음에도 남편은 "종갓집 며느리가 안 가는 건 세상이 뒤집혀도 절대 안 될 일"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A 씨는 "제 편이 되어줄 줄 알았던 남편은 그야말로 남의 편이었다"고 했다.

A 씨는 결혼 1년 만에 딸아이를 낳았다.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출산 중 문제가 생겨 죽을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다.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A 씨와 달리 남편과 시부모님의 생각은 달랐다. A 씨는 "시부모님이 자꾸 제 몸 상태를 체크하신다. 종갓집 종손이니 대를 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가 아이를 낳다가 죽을 뻔했는데도 둘째 타령을 하는 남편에게 정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어 "남편과 이혼하고 싶은데 남편은 종갓집 종손이 이혼이 웬 말이냐며 절대 안 된다고 한다. 남편과 갈라설 수 있을까"라며 도움을 청했다.

조인섭 변호사는 "아이를 낳을 것인지, 낳지 않을 것인지의 문제는 개인의 자유 의지로 결정할 영역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는 부부의 협력이 필요한 문제이고 일방이 원한다고 해서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합의가 참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방은 아이를 원하지만 다른 상대방은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 부분은 타협이 가능한 중간 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혼인을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여 이혼 사유가 된다"라고 밝혔다.

A 씨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다는 가정에 대해서는 "한쪽이 이혼 청구를 한다고 하여 무조건 이혼이 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사연자분이 이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출산 과정에서 중환자실까지 실려 가는 듯 죽을 고비를 넘겼었고 그 과정에서 트라우마 등이 생길 수 있어 임신이나 출산이 괴롭거나 무섭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공감했다.

이어 "이를 남편 또는 시부모님께서 끝까지 이해해 주지 못한다면 서로 신뢰가 무너지고 계속 갈등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남편의 이혼 기각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A 씨는 "1년에 9번 제사 지내러 지방에 있는 시댁에 다녀와야 한다. 제사 때문에 휴가 내는 것도 눈치 보인다. 제사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냐"라고 물었다. 이에 조 변호사는 "도저히 버틸 수 없다면 혼인을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봤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