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수 없는 말도 삶을 누릴 자격 있다"…동물단체, 추모제 열어

말 복지 수립 범대위, 공주시 폐마목장 폐쇄
살아남은 말 모두 입양처 및 임시보호처로 이동해

말 복지 수립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공주시 이인면에 위치한 폐마목장에서 죽어간 말을 애도하기 위한 추모제를 개최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공주시 폐마목장은 폐쇄되지만, 다른 말들이 어떻게 하면 복지 사각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다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가 공주시 폐마목장 말들을 애도하는 추모제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2일 1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말 복지 수립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전날 공주시 이인면에 위치한 폐마목장에서 죽어간 말들을 애도하기 위한 추모제를 개최했다.

해당 폐마목장은 지난 10월 앙상하게 야윈 말 15마리와 이미 목숨을 잃고 오물로 뒤덮인 말 사체 8마리가 무더기로 발견되며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해당 현장은 쓰임을 다한 말을 데려다 놓고 방치해 죽임으로써 퇴역마 처리 방안으로 쓰이는 장소였다.

현장 발견 후 16개 시민단체가 모여 범대위를 결성하고 현장에 방치된 말 구조 및 말 복지 체계 촉구를 위한 활동을 진행해 왔다.

범대위 관계자는 "지난 40여 일의 현장 대응을 마무리하며 이곳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말을 위로하고 남겨진 말의 복지를 보장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추모제를 개최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공주시 폐마목장에 방치돼 있던 말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 뉴스1
말 복지 수립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공주시 이인면에 위치한 폐마목장에서 죽어간 말을 애도하기 위한 추모제를 개최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추모제는 땅에 묻힌 말 유골을 꺼내 유골함에 옮겨 담으며 시작됐다. 범대위 관계자들은 유골 중 일부를 담은 유골함을 단상에 올리고 헌화하며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캘리그라피 아티스트 류지정 작가의 캘리그라피 공연도 진행됐다. 류지정 작가는 현수막에 "달릴 수 없는 말도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라는 글귀를 작성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말 복지 구축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조현정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변화팀장은 "한국마사회는 국내 말 산업을 전 세계 5위의 규모로 키우겠다고 선포하면서도 정작 말 복지에 대해서는 예산 부족을 핑계로 말 산업 육성만 열심히 하고 있다"며 "말 복지 없이 말 산업도 없다는 사실을 알기를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김채원 제니하우스 소장은 "주검이 여기저기 널러져 있는 곳에 목석처럼 서 있던 말이 살아있는지 믿기 어려울 만큼 참혹했다"며 "현장이 조금씩 변화하며 말의 눈망울에서 변화를 찾을 수 있었다"고 현장에서 느낀 애환과 희망을 이야기했다.

공주시 폐마목장에 살아남은 말들은 임시보호처와 입양처로 모두 이동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공주시 폐마목장에 마지막으로 남은 말이 임시보호처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타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해당 현장에서 생존한 말들은 입양처 및 임시보호처로 모두 이동을 완료했다.

범대위 관계자는 "이제 이 공간을 정리하며 다음을 준비하려 한다"면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에 폐마목장 실태 파악 및 말 이력제 의무화, 퇴역마 보호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기 위해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