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킬러'와 공모 아버지 살해…시신에 케첩 뿌린 아들
30억 재산 못준다고 하자 범행…도주 중 2명 더 살인[사건속 오늘]
재산 절반 약속…"킬러에게 이용당했다" vs "난 시키는 대로 했다"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A(1987년생)와 B(1984년생)는 충남 서천군에서 혼자 살고 있는 A의 부친 C 씨(당시 66세)를 죽인 뒤 재산을 반반씩 나눠 갖기로 하고 2018년 12월 28일 오후 C 씨 집으로 들이닥쳐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A와 B는 죽었나 살피기 위해 피해자 얼굴에 고추냉이 물을 뿌리는 한편 피를 닦아낸 뒤 케첩을 주변에 뿌리는 엽기행각을 펼쳤다.
이 장면만 봐도 A와 B는 정상적 사고를 지닌 사람이 아님이 분명했다.
하지만 A는 이후 인천으로 이동해 80대 노부부를 죽였는가 하면 친모, 고모, 이모까지 죽이겠다고 위협했고 또 다른 살인을 위해 흉기 등 장비를 챙겨 부산으로 이동하던 중 검거됐다.
재판에서 A는 "전직 킬러 B가 시키는 대로 했다, B를 잘못 만나 인생이 꼬였다.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 B는 "설마 그럴 줄 몰랐고 불법 안마시술소 운영 사실을 신고할까 겁이나 범행에 가담했다"고 핑계를 댔다.
이에 검찰은 "20명을 죽인 유영철만큼 잔인하다"며 고개를 흔들었고 재판부도 "범행 수단과 수법이 너무 잔인했고 범행을 준비한 점을 볼 때 심신미약 상태가 아님이 분명하다"고 네 탓 공방을 펼친 이들을 꾸짖었다.
A는 아버지 C 씨에게 어릴 적부터 불만이 많았다. 자신이 11살 때 모친과 이혼, 모자 사이를 끊어 놓았고 편집성 조현병 진단을 이유로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기 때문이다.
A는 조현병 해결을 위해 찾았던 무당에게서 2013년 '신내림'을 받자 서천 아버지 집에 신당을 차렸지만 아버지로부터 "당장 없애라"는 불호령을 들었다.
이에 화가 난 A는 집에 불을 질렀다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일로 옥살이하게 된 A는 감옥에서 아버지에게 "사업자금을 대 주면 정신 차려 제대로 살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출소 후 B가 운영하는 불법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게 된 A는 B에게 "아버지가 오랫동안 자식 취급 하지 않았다. 재산이 30억 원이 넘는데 한 푼도 줄 생각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에 B는 "나 같으면 확 죽이고 재산을 독차지해 떵떵거리며 살겠다"고 했다.
이 말에 호기심이 발동한 A는 구체적인 방법을 물었고 B는 "나는 사실 전직 킬러였다"며 "속전속결이 중요하다. 보이는 즉시 죽여야 한다"고 답했다.
A는 B에게 '범행'을 제의했고 B는 '절반을 주라'며 응했다.
사전에 범행 연습까지 한 A와 B는 12월 28일, 서천 C 씨 집으로 들어가 하반신을 흉기로 찌른 뒤 양손을 묶었다. 이어 목을 졸라 살해했다.
B는 A에게 '킬러 때 배웠다, 숨이 끊어졌나 확인하려면 고추냉이가 든 주전자 물을 C 씨 얼굴에 부어라'고 시켰다.
아울러 시신 주변에 밀가루를 뿌려 핏자국을 없애고 케첩과 마요네즈를 뿌리면 경찰 수사에 혼선을 준다며 케첩을 뿌렸다.
앞서 A는 모친에게도 '돈을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이를 거절한 모친은 "아무래도 아들이 일을 저지를 것 같다"며 2019년 1월 2일 전 남편 안부를 걱정하는 전화를 경찰에 걸었다.
즉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케첩이 뿌려진 살해 현장을 발견, 단순 살인이 아니라고 판단해 20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은 A의 모친 신고, 현장에서 발견된 '돈을 달라'며 A가 아버지 C 씨에게 보낸 편지 등을 볼 때 A를 범인으로 특정, 전국 경찰에 공조수사를 의뢰했다.
A 행방을 쫓던 경찰은 1월 6일 부산에서 A를 검거, 압송했다.
체포 당시 A 가방에 흉기, D 씨(80) 명의의 카드가 나오자 경찰은 A를 추궁, "사실은…"이라는 자백을 받아냈다.
A는 "체포 전날인 1월 5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에서 80대 부부를 살해하고 카드와 현금 30만 원을 빼앗았다"고 털어놓았다. 피해자 D 씨는 치매를 앓는 아내 E 씨(81)를 돌보다가 아내와 함께 변을 당했다
또 A는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 마사지업소에 예약, 그곳에서 한탕 하려 했다"며 제3의 살인을 계획했다고 했다.
더불어 "나를 돌보지 않은 어머니는 물론이고 고모, 이모도 죽이려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경찰은 CCTV에 계속 함께 등장한 B에 대해 추궁한 결과 A로부터 "B는 출소해 일했던 불법 성매매 업소 사장으로 전직 킬러였다"며 "그 사람이 '같이 죽여 줄 테니 재산 절반을 달라'고 했다. 그 사람이 시켜서 한 일이었다"는 진술을 받았다.
B 검거에 나선 경찰은 A 체포 3일 뒤인 1월 9일 서울에서 B를 체포해 충남 서천으로 압송했다.
B는 A의 말과 달리 "A의 하소연을 들어줬을 뿐이다"며 "사건 현장에서 살기 어린 A의 눈을 보고 무서워 시키는 대로 했다"고 책임을 A에게 떠넘겼다.
2019년 7월 18일 대전지법 홍성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병식) 심리로 열린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유영철만큼 잔인하고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A에게 사형, B에게 무기징역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그해 8월 20일 "과거 조현병 진단을 받기는 했지만 범행 당시 정신 병력 증상이 없었고 현재도 증상이 없는 상태로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점 등을 볼 때 심신미약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A의 심신 미약 주장을 물리친 뒤 A 무기징역, B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검찰과 A, B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 검찰은 1심과 같이 사형, 무기징역형을 각각 구형했다.
결심 공판 때 A는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었는데 B와 잘못 만나 안 좋게 얽히면서 인생이 망가졌다. B에게 이용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B도 "A가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죽이겠다, 불법 성매매 업소 운영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며 억울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강변했다.
2019년 12월 27일 항소심 재판부인 대전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준명 부장판사)는 "극단적인 인명 경시 태도를 보인 피고인의 죄질은 극악해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만큼 사형까지 고려할 만하지만 범행을 시인하는 점, 비교적 젊은 나이, 정신병 치료 전력 등을 고려할 때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게 맞는다고 보인다"며 1심과 같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공범 B에겐 "A의 범행 후 빨리 신고했다면 인천 노부부는 살 수 있었던 점, 자수 의사를 내보인 A에게 살인 횟수를 늘리라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범행도구 구매 경로를 알려준 점을 볼 때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징역 40년형을 선고, 1심보다 형량을 10년 높였다.
이들은 현재 각각 무기징역, 징역 40년형을 확정받고 옥살이 중이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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