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폐사에…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 확장 예산 조기 반영

2030년 예정 재조성 기본계획, 내년 예산에 1억2600만원 반영
관람 동선 전면 재정비 동물·사람 거리 확보…동물 종 절반으로

서울 광진구 능동로 서울어린이대공원 수달관에서 관람객들이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바라보는 모습.ⓒ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시가 동물 폐사 문제가 불거진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방사장 면적을 넓히고 관람객과 동물들 간 적절한 거리가 확보되도록 보행 동선을 전면 재정비한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재조성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위한 예산 1억 2600만 원이 반영된 내년도 서울어린이대공원 종합예산안을 확정했다. 예산은 서울시의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2030년부터 동물원 재조성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시설 노후화와 잇단 동물 폐사, 동물원 허가제 시행 등에 사업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목표는 동물 복지 향상"이라며 "동물원 허가제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동물들이 행복하도록 기존 동물원 배치 자체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꾼다"고 설명했다.

동물들의 생활공간인 방사장 면적을 넓힌다. 2018년부터 올 8월까지 어린이대공원에서 6년간 199마리의 동물이 폐사한 것을 두고 좁은 생활 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사람을 위한 공간을 줄여 동물들의 생활 공간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개별 공간이나 충분한 생활 반경이 심리·정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방사장 확대가 어느 정도 심신에 안정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물들이 관람객으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관람 동선도 전면 개편한다.

현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관람 동선은 2010년대 트렌드였던 '콘택트'에 기반해 설계됐다. 관람객이 가까이서 동물을 보고 만지는 이 같은 관람 방식이 동물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공원 관계자는 "2010년대에는 관람객의 흥미가 가장 중시됐던 만큼 동물 종수·개체 수도 최대한 확보하고 관객이 가까이서 동물을 보고 만질 수 있게 했으나 점차 방향을 바꿔 동물 종수·개체 수는 꾸준히 줄여오고 있다"며 "이번에 동물들이 관람객을 의식하지 않고 최대한 자연에서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관람객과 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동물 종은 현재 90여 종의 절반 수준까지 줄인다.

방사장을 동물들의 본래 서식지와 비슷한 모습으로 조성해 동물들이 자연에서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내년 용역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내후년부터 본격적으로 예산을 반영해 전면 재구조화에 나설 계획이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