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하려고"…아파트 엘베 '같이 탄 여성' 끌어내린 20대 거구

돌연 중간층서 버튼 꾹…비명에 이웃이 신고, 현행범 체포[사건속 오늘]
10대 때 여동생 상대로도 강간 미수…징역 8년, 형기 마쳐도 30대 초반

(SBS 갈무리)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2023년 12월 1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송인경)는 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모 씨(당시 23·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의왕판 돌려차기'로도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5일 대낮에 경기 의왕 소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졌다. 피해자인 20대 여성 A 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던 중 12층에서 문이 열렸고 '그놈'이 탔다.

180㎝ 거구가 마구 폭행..."누가 죽어서 오열하는 듯한 소리 들려"

오후 12시 반께 1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박 씨는 A 씨를 보고는 돌연 '10층' 버튼을 눌렀다. 뒤이어 180㎝가 넘는 거구의 박 씨는 A 씨의 목을 조르고 무차별 폭행을 하다가 10층에서 문이 열리자 A 씨의 머리채를 잡고 강제로 끌어내렸다.

박 씨는 계속 A 씨를 폭행하며 복도 옆 계단으로 끌고 가려고 했는데, 그때 A 씨의 비명을 듣고 나온 이웃 주민들이 박 씨를 막고 경찰에 신고했다. 곧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박 씨는 현행범 체포됐다.

목격자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문을 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죽었을 때 오열하는 그런 느낌으로 (피해자가) 막 소리를 질렀다. (이웃집에서) 가족이 집에 들어와서 문을 열었는데 누가 목이라도 매달았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가 (복도에서) 폭행할 거라는 생각을 누가 하겠나. 그분(최초 목격자)이 '제재하려고 하는 순간에 (가해 남성의) 바지가 벗겨진 것처럼 보이더라'고 하더라"고 증언했다.

박 씨의 범행으로 늑골 다발골절 등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은 A 씨는 "그날 제 목소리 들은 누군가가 나와주지 않았다면 저는 죽었을 것"이라며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SBS 갈무리)

"성폭행 저지르려 한 거 맞다"...여경에겐 "성폭행당하고 싶냐"

박 씨는 해당 아파트에 사건 발생 두 해 전 이사와 혼자 살고 있었다. 그는 부모님이 마련해준 집에서 지내며 학교에 다니지도, 직장을 다니지도 않고 있었다. 또한 범행 당시 그는 술에 취하거나 약물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범죄를 저지를 목적이었다'고 시인했다. 박 씨는 원래 12층보다 더 높은 층에 사는데 일부러 12층에 내려와 엘리베이터를 탔으며 여성이 혼자 타면 범행을 저지르겠다고 계획해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피해자 A 씨와는 같은 동에 살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박 씨는 경찰 조사 중에도 경악할 만한 기행을 거듭했다. 그는 여성 경찰관 앞에서 옷을 벗고 음란 행위를 하며 "성폭행당하고 싶냐"고 말했다. 또 경찰서 유치장 시설을 발로 차 부수려 하고, 수갑을 채우는 경찰관들을 입으로 물려고 하는 등 계속해서 난폭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경기 의왕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여성을 상대로 강간상해를 저지른 20대 남성 박 모 씨. (SBS 갈무리)

"성욕 푸는 법을 몰랐다…군대 가지 않는 여성에 불만"

검찰은 박 씨가 성폭력에 편리한 하의를 입고, 피해 여성을 사람의 통행이 드문 비상계단으로 끌고 간 점, 피해복구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가 엄벌을 요구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1년 6개월에,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에서 박 씨의 변호인은 "박 씨가 학교에 다니지 못해 사회적으로 고립됐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서 성적 욕구를 건전하게 해소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또 "박 씨는 평소 군대에 가지 않는 여성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가 범행을 저질러야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범행 당시 정상적인 심리 상태가 아니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 당시 정신적 질환이 발현됐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고, 다른 심신장애 사유가 경합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박 씨와 검찰은 모두 1심 선고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박 씨는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재판부는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 역시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전자장치부착법은 △성폭력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형 집행 종료 이후 10년 이내에 재범한 경우 △성폭력 범죄를 2회 이상 범해 습벽이 인정된 경우 △19세 미만의 사람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 △성폭력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검사가 전자장치 부착을 법원에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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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 친동생 대상으로도 강간미수

박 씨는 과거 친여동생에게도 성범죄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보호관찰을 명령하면서 박 씨의 과거 성범죄 전력을 언급했다.

정확한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에도 순간적인 성적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여동생을 상대로 강간미수 범행을 저질러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형기를 마치고 나와도 박 씨는 여전히 3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교수는 JTBC '사건반장'에서 "박 씨가 청소년 시절에 강간 미수 혐의로 인해 소년보호 처분을 받았는데 성폭행 범죄의 특징 중 하나는 상습성이다. 재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