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출근? 회사 하루 닫지" vs "눈뜨니 '재택하세요' 문자" 희비
일부 대기업 중심으로 재택…대다수 직장인 정상 출근
기업 규모·업종에 따라 희비…"재난상황 규정 마련돼야"
- 이기범 기자, 홍유진 기자, 유수연 기자
"아침에 눈떠 보니 전 직원 재택으로 바뀌었다고 문자가 왔더라고요.""이 정도로 눈이 많이 오면 학교나 직장은 하루 문 닫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서울=뉴스1) 이기범 홍유진 유수연 기자 = 이틀간 이어진 폭설로 '출퇴근 전쟁'이 벌어졌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일부 대기업에 다니거나 맡은 업무에 따라 재택근무나 조기 퇴근을 허락받은 직장인들은 전쟁에서 한 발 비켜나 부러움을 샀다.
29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전날까지 40㎝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자 일부 대기업들은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자동차 제조 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최 모 씨(34·남)는 지난 28일 "금일 기상 악화로 전 직원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 하는 걸로 협의 완료했다"는 노조의 안내 문자를 받았다.
최 씨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어떻게 출근해야 하나 걱정이었는데 아침에 눈떠 보니 전 직원 재택으로 바뀌었다고 문자가 와있었다"며 "전날에는 차를 끌고 나갔다가 도로에 갇혀서 월차를 냈는데 재택 협의가 돼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대기업들은 열차 지연과 차량 정체로 출근이 어려워지자 재택을 권고하거나 유연근무제를 통해 임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출근 시간을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수도권에 사업장을 둔 기업들은 재택을 비롯해 특별휴가를 부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또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을 중심으로도 원격 근무가 이뤄졌다. 카카오에 재직 중인 류 모 씨(36·여)는 "주변에 대부분 재택, 원격 근무를 한 것 같다"며 "회사에서 빠른 대처를 해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 사정은 크게 달랐다.
가구를 만드는 중소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C 씨(23·여)는 "눈이 많이 와서 내심 기대했는데 회사에서 아무 말이 없어 원래대로 출근했다"며 "(28일) 새벽에 일찍 나왔는데 아침에 지하철이 너무 붐벼 출근 전부터 기가 다 빨리는 기분이다"고 토로했다.
또 "우리 회사는 가구 회사라 직접 작업하고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시스템도 안 돼 있기 때문에 재택이 불가능해 보인다"면서도 "이런 날 출근 안 하는 건 부럽긴 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박 모 씨(32·여)도 "물리치료사이기 때문에 재택을 할 수가 없고, 주변에서도 그냥 다 출근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이틀간 출근길이 너무 힘들었다. 눈이 이 정도로 오면 학교나 직장은 하루 문 닫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폭설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도 평상시처럼 출퇴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5월 31일∼6월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자연재해 상황 출근 경험'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 61.4%는 자연재해로 정부가 재택근무, 출퇴근 시간 조정 등을 권고한 상황에도 평소처럼 출근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자연재해 상황에서 지각을 이유로 괴롭힘 등 불이익을 경험하거나 동료가 경험한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15.9%를 기록했다.
조주희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현행법상 노동관계 법령에 따르면 사용자가 허용하지 않는 한 재난 상황이라도 지각 결근은 근로자의 귀책 사유라 불이익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노동관계법에 기후 유급휴가 제도를 신설하거나 천재지변에 따른 결근을 근로일수에서 제외하는 등 명문화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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