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빌렸다가 성매매까지…성병 걸려도 "콘돔 써, 돈 갚아야지"

원금보다 이자 커지는데 석 달…불법사채의 늪[사건의재구성]
10개월 간 피해자 4명 고통…대부분 '솜방망이 처벌'

ⓒ News1 DB

"일본에서 콜걸로 몸을 팔아서라도 빚 빨리 갚아라"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지난 2008년 9월경, A 씨가 불법 대부업자 정 모 씨(당시 36세)에게 빌렸을 땐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이었다. 300만 원을 빌린 대가로 열흘에 40만 원씩 더해진 이자는 석 달 뒤 원금보다 더 불어났다. 연 이자율로 따지면 151%에 달했다.

정 씨는 채무자들을 독촉하면서 악마의 본색을 드러냈다. 협박은 물론이고 심지어 성매매도 강요했다.

현행법상 연이율 20%를 초과하는 이자 약정은 금지돼 있다. 또한 채무자나 관계인의 사생활이나 업무에 평온을 해치는 행위나 채무자 외 다른 사람에게 변제를 요구하는 추심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A 씨는 결국 "미국에서 3개월만 접대부로 일하면 빚을 다 갚을 수 있다"는 정 씨 말에 미국 시카고로 갔다. A 씨는 한 주점의 접대부로 일하면서 정 씨가 시키는 대로 변제 대금 마련을 위해 성매매도 했다.

정 씨의 알선으로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게 된 채무자 B 씨는 성병에 걸리기도 했다. B 씨가 "아파서 성매매할 수 없다"고 사정했는데도 정 씨는 "콘돔을 끼우고 하면 된다"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일하라"고 고함을 쳤다.

정 씨가 2009년 4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약 10개월간 피해자 4명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횟수는 110여 회로 확인됐다.

부산지법은 성매매 알선 및 대부업법·채권추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씨에게 2010년 5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 씨가 반성하고 있는 점,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초범인 점 등이 참작됐다.

최근 유치원생 딸을 홀로 키우던 30대 여성이 사채업자로부터 협박을 당하다 숨지면서 불법 추심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법 추심 사건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나오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따르면 상담 건수가 2020년 7351건에서 2024년(10월 기준) 1만 2300여 건으로 62% 이상 증가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