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문 옷도 입었는데…"무섭게 생겼다" 소리에 강아지 '멍무룩'
꽃핀 꽂고 산책하는 진돗개의 '웃픈' 영상 화제
보호자 "검은 대형견 무서워하는 인식 변하길"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세일러문 복장에 노란 꽃핀을 머리에 찬 흑구(검은 진돗개)의 영상이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풀메이크업으로 산책했는데 무섭게 생겼다고 수군거려서 상처받은 정미'란 영상 제목에서 강아지의 '웃픈(웃기고도 슬픈)' 사연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해당 영상은 정미처럼 검은색 털을 가진 반려견을 둔 보호자들로부터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영상은 현재까지 '좋아요' 약 1만 4000개를 받고, 댓글 약 2000개가 달렸다.
정미의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흰색 진도도 차별받는 세상에서 얼마나 힘들까, 기죽지 마!" "무섭…마음 뺏길까 봐 무섭" "우리 개도 까맣다고 무서워해서 최대한 꾸미고 나간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26일 경기 안양에 거주하는 진돗개 '정미'의 보호자 오정석 씨에 따르면, 정미는 이제 막 한 살이 넘은 강아지다. 정미의 체구가 작을 때는 길에서 귀엽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지만, 정미의 덩치가 커지면서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정미와 산책하러 나가면 "저렇게 큰 개를 왜 데리고 나오냐"고 하거나 "순한 것 같지만 입마개를 쓰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생겼다. 소형견과 함께 산책하는 보호자가 "저 개랑은 눈도 마주치지 말라"라면서 황급히 강아지를 안고 자리를 피해 속상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정석 씨는 "사람들의 말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정미 앞에서 다른 사람과 싸우면 정미의 성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아내와 갈등을 피할 방법을 고민하다 귀엽고 예쁜 모습으로 산책하면 사람들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꾸미고 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간단한 스카프 정도로 멋을 내려고 했는데 정미가 생각보다 옷도 잘 입고 머리핀 착용도 잘하더라"며 "실제로 정미 패션에 신경을 쓴 후부터 정미를 귀여워해 주시는 분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영상을 찍은 날은 특히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꾸미고 나갔다고 한다. 그런데도 무섭다는 말을 들어 아쉬운 마음에 SNS에서라도 예쁜 모습을 뽐내고 싶어 영상을 게시했다고.
정석 씨는 이외에도 한국 사회에서 대형견, 특히 검은색 털을 가진 반려견을 키우면서 다양한 일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정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정미를 데려올 때부터 시작됐다.
정미는 철물점에서 묶여 살던 어미개가 낳은 새끼 중 한 마리였다. 정석 씨의 아내가 출퇴근 길에 보고 강아지들이 태어난 것을 알게 됐다. 정석 씨 가족은 암컷에 흑구인 정미가 홀로 입양 가지 못하고 남은 것을 보고 어미처럼 묶여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사는 건 아닐지 걱정돼 주인을 설득해 정미를 입양했다.
하지만 정미를 본 사람들은 "그런 개는 묶어서 집 지키는 용이다" "대형견인 것도 문제인데 검은색이면 사람들이 더 싫어한다" "덩치가 커지면 안 되니까 밥을 조금만 먹여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게다가 정미가 다 크고 난 후부터는 반려견 동반 식당이나 숙소 등을 이용할 때도 거부당하는 일도 잦아졌다.
정석 씨는 "이용 후기에 정미보다 더 큰 품종 대형견들이 이용한 기록이 있어서 찾아가도 정미를 보면 입장을 거부했다"라며 "때로는 '검은' 대형견이라서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은 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검은 강아지의 입양을 기피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블랙독 신드롬'이란 말도 있다.
정석 씨 가족은 정미가 어릴 때부터 훈련소에 다니며 보호자 교육을 받고 있다. 정미는 가족의 꾸준한 노력과 어릴 때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덕에 다정하고 순한 성격을 가졌다고 한다.
정석 씨는 "철물점 출신 정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또 저희 부부를 응원해 주는 분들도 계셔서 더 책임감을 느낀다"며 "매너 있고 다정한 정미의 모습을 통해 검은 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길 기대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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