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 열탕서 손만 허우적"…심폐소생술로 70대 어르신 구한 남성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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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한 남성이 사우나 열탕에서 허우적대던 70대 노인을 구한 가슴 따뜻한 일화가 전해졌다.

지난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제가 사우나에서 어르신 한 분을 살렸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50대 중반 남성이라고 밝힌 A 씨는 "평소 사우나 회원권을 끊어서 반신욕을 자주 한다. 어제도 평소처럼 사우나에 갔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온탕에 사람이 많아 열탕으로 들어갔다. 제 양옆으로는 어르신 두 분이 비스듬히 누워 계셨다. 1분이 지났을까. 느낌이 이상해서 옆을 보니 사람 머리가 물속에 잠겨 있고 양손만 물 위에 올라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사람을 잡아당기니 75~80세 정도로 보이는 어르신이 쑥 올라오더라. 몸은 힘없이 축 처져 있고, 눈은 감은 상태였다"며 "사우나에 오래 있다가 안 좋은 일을 당한 뉴스를 종종 봤기에 큰일 났다 싶어서 큰소리로 '도와달라'고 외쳤다"고 밝혔다.

당시 A 씨는 다른 손님과 함께 해당 노인을 탕에서 꺼낸 뒤 바닥에 눕힌 후 심폐소생술을 했다. 다행히 노인은 잠깐의 심폐소생술에 '억' 소리를 내며 입에서 거품을 조금씩 토해내는 등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A 씨는 곧장 노인의 몸에 미지근한 물을 뿌려 체온을 내리게 한 뒤 "할아버지 성함이 어떻게 되시냐"고 말을 걸었다. 노인은 힘없는 목소리로 자기 이름을 말하면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이후 A 씨는 119가 올 때까지 노인 옆에서 팔을 주물러주고 119에 인계했다고 한다.

그는 "열탕 온도가 44~45도 정도 되는데 너무 오래 계셔서 어지러워서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며 "제가 조금만 늦게 발견했다면 허우적거리는 손도 못 봤을 거고 그냥 머리 담그고 열탕 즐기신다고 생각했을 거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지나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 옆에서 끝까지 도와주신 남성분도 수고하셨다. 노인께서 무탈하게 댁에 잘 가셨는지 계속 생각난다"고 걱정했다.

누리꾼들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셨다. 감사하다", "복 받으실 것", "영웅이 따로 있나. 이런 분이 영웅", "관찰력과 판단력이 좋으신 분이네요", "그 순간을 놓쳤으면 어르신 돌아가셨을 것" 등 A 씨를 칭찬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