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권 퇴진' 총궐기 5시간 만에 종료…막판 경찰과 대치(종합)
삼각지까지 행진 못하고 서울역 앞 종료…경찰 해산 명령에 반발
상여에 불 붙으며 경찰이 진화…일촉즉발 상황 속 자진 해산
- 박혜연 기자, 김민수 기자,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김민수 남해인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 수천 명이 20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전국농민대회·2차 총궐기' 집회를 열었다.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된 가운데 행진 막판 집회 종료 시간이 됐으나 목적지인 용산구 삼각지에 다다르지 못하자 불만을 품은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앞서 이들은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서울 서대문구 농업박물관 등 도심 여러 곳에서 사전 집회를 열고 오후 3시에는 숭례문 앞에 집결해 본 집회를 진행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9년 전 농산물값 보장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쓰러져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을 언급하고 "박근혜를 끌어내린지 8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나"라며 "여전히 매년 들어오는 40만 8700톤의 수입쌀이 우리쌀을 파탄내고 물값 핑계로 남발되는 무관세·저관세 수입 농산물이 우리 생산기반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노동자와 농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며 "노동자들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으로, 농민들은 전봉준 장군 정신으로 백남기 농민의 뜻을 잇기 위해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자"고 말했다.
이들은 △농산물 수입 제지 △쌀값 보장 △기후재난금 지급 △재배면적 감축 중단 등을 요구하며 윤석열 정권 퇴진을 주장했다.
집회 현장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얼굴 사진을 붙인 허수아비와 '윤석열 퇴진!' 문구가 적힌 상여가 등장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모여 앉아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는데, 술에 취한 몇 명이 경찰관에 시비를 걸자 주변 동료들이 만류해 곧바로 진정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날 총 1만 명 정도 모인 것으로 봤다. 반면 경찰은 약 6000~7000명 수준으로 추산했다.
이날 집회는 지난 9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1차 총궐기' 집회와 다르게 별다른 충돌 없이 진행됐다. 그러다 오후 4시 22분부터 용산 방향으로 행진하던 중 집회 종료 신고 시각인 오후 5시를 넘자 경찰과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당초 집회 참가자들은 삼각지역 인근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했지만 교통 정체 등으로 행진 속도가 느려지면서 오후 5시쯤 서울역 남대문경찰서 앞까지만 도달한 것이다. 대열 후미에 있던 민주노총은 자진 해산했지만 선두에 섰던 전농은 물러서지 않고 경찰에 길을 열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즉시 해산 명령을 내리며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방송을 했고, 농민들은 경찰관에 욕설을 하며 항의하거나 경찰관을 밀치는 등 대치를 이어갔다. 일부 경찰관이 방패를 놓치고 농민과 뒤엉켰지만 큰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오후 5시 53분쯤 집회 참가자들이 메고 온 '윤석열 퇴진' '농민생존권 보장' 문구가 적힌 상여에 불이 붙어 경찰이 소화기로 급히 진화했다. 이 때문에 주변에 하얀 분말이 흩뿌려지며 사람들이 기침을 하자 후미에서는 '최루탄이 터진 것이냐'며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농 지도부는 결국 오후 6시쯤 자진 해산을 결정하고 참가자들에게 귀가를 독려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 체포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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