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부 허수아비' 등장한 민주노총 집회…"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자"
9년 전 경찰 물대포에 사망한 백남기 언급…농산물 가격 보장 요구
1차 총궐기와 달리 충돌 없이 진행…일부 참가자 술자리 벌이기도
- 박혜연 기자, 김민수 기자,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김민수 남해인 기자 = 민주노총 조합원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 수천 명이 20일 오후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 모였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전국농민대회·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 집회에서 9년 전 농산물값 보장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쓰러져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을 언급했다.
하 의장은 "박근혜를 끌어내린 지 8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나"라며 "생산 기반을 뒤흔드는 재배면적 감축을 제지하고 식량 주권을 실현하자. 수입 제지하고 농산물 가격 보장 받아내자"라고 외쳤다.
임만수 전국쌀생산자협회 전북본부장은 "지금 우리 쌀 생산량은 2018년 통계청 발표 435만 톤에서 현재 350만 톤으로 줄었다"며 "국민 먹는 소비량은 (같은 기간) 30만 톤밖에 안 줄었다. 그런데 쌀이 남아도는 이유는 수입쌀이 섞여서 우리 쌀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노동자와 농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며 "노동자들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으로, 농민들은 전봉준 장군 정신으로 백남기 농민의 뜻을 잇기 위해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자"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지난 9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1차 총궐기' 집회와 다르게 별다른 충돌 없이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얼굴 사진을 붙인 허수아비와 '윤석열 퇴진!' 문구가 적힌 상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집회 대열 중간에는 깃발을 흔들며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연신 외치는 시민이 보였고 정권 퇴진 국민투표 서명을 받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부부젤라를 불거나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그대로 앉아 음식을 먹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모여 앉아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는데, 술에 취한 몇 명이 경찰관에 시비를 걸자 주변 동료들이 만류해 곧바로 진정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집회 현장 인근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인도 곳곳에서 흡연하는 일부 참가자들의 담배 연기에 인상을 찡그렸다. 20~30대로 보이는 여성 2명은 버스정류장을 가리키며 "여긴 버스가 막혔잖아"라고 짜증을 내고 걸어갔다. 한 중년 여성은 무대 근처를 지나다 소리가 시끄러운지 무선 이어폰을 꺼내 착용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날 총 1만 명 정도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경찰은 약 6000~7000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 22분부터 용산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집회·행진 관리를 위해 숭례문 앞 서울역 방향 세종대로 3개 차선을 통제하고 옆 차선을 가변차로로 운영하고 있다.
이날 집회로 인해 도심 곳곳에서 교통이 통제되면서 차량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오후 4시 40분 기준 현재 도심 통행 속도는 시속 11.6㎞로 정체된 상태고 서울시 전체 통행 속도는 시속 18.5㎞로 서행 중이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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