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었다옹"…1년간 같은 자리에서 기다린 길고양이 '뭉클'
학생이 돌보던 길고양이 1년 만에 찾아가니 반겨
동물권시민연대 레이에서 구조해 보호 중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1년이 지났음에도 인연을 기억한 길고양이의 반응이 누리꾼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 동물권시민연대 레이(대표 김은희) 인스타그램에는 '일 년의 기다림, 삼순아 집으로 가자'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에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름을 부르자 멀리서도 목소리를 알아듣고 힘차게 뛰어와 반기는 삼순이의 모습이 나온다. 삼순이는 영상을 찍는 사람의 얼굴을 계속 쳐다보며 꼬리를 높게 세우고 다리에 몸과 얼굴을 비빈다.
19일 레이에 따르면 삼순이는 영상을 찍는 강수진 학생이 1년 전 경북 포항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만난 고양이다. 당시 수진 씨는 용돈과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을 아껴가며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의 겨울집과 약, 사료를 사서 먹이며 돌봤다.
하지만 수진 씨가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옮기면서 더 이상 직접 고양이들을 돌볼 수 없게 됐다. 대신 수진 씨는 기숙사 친구들에게 계속 사료를 보내며 돌봄을 부탁했다고 한다.
1년이 지나며, 안타깝게도 삼순이와 함께 지내던 동배 고양이 3마리는 사라졌다.
삼순이가 보고 싶었던 수진 씨는 최근 포항에 일주일간 방문하게 돼 삼순이가 있던 곳을 찾았다. 1년을 한결같이 기다리고 달려와 반기는 삼순이를 보고 마음이 찢어졌다고.
아파트 한 주민은 "삼순이는 1년 사이 출산을 두 번이나 했지만 새끼들을 모두 잃었다"라며 "게다가 동네 주민들이 고양이에 호의적이지 않아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자신도 먹을 것만 겨우 챙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권 시민연대 레이는 삼순이의 사연을 듣고 구조를 결정했다. 레이는 평소 강수진 학생의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곳이다.
김은희 대표는 "수진 학생은 집에서 이미 아픈 고양이 두 마리를 돌보는 상황이고, 사람에게 살가운 삼순이의 성격과 살기 열악한 주변 환경을 고려해 입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순이의 보호소 입소 결정에 수진 씨는 새벽에 기차를 타고 내려가 삼순이를 데려왔다. 직접 동물병원에서 검진까지 마쳤다.
삼순이의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학생도 삼순이도 서로를 잊지 않고 있던 게 감동이다" "세상에 저렇게나 좋아하다니…" "목소리와 발걸음에서 반가움이 느껴진다" "날 추워지는데 구조돼 다행이다" "착한 언니가 길 위의 삼순이 걱정에 그동안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은희 대표는 "삼순이는 구내염과 심장에 이상이 발견됐지만, 아직 어려서 관리해 주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라며 "고양이도 그리움과 고마움의 감정을 느끼는 생명이란 걸 잘 보여준 삼순이에게 매일 꾸준한 사랑을 나눠줄 가족이 나타나길 기다린다"고 전했다.
삼순이의 입양은 동물권시민연대 레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문의하면 된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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