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표 할인 내걸었는데 고작 한 팀"…사라진 '수능 특수'

수험표 할인 자취 감춰…웃돈 얹어 거래되던 '만능 할인쿠폰' 옛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다음날인 15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수험생 할인을 알리는 광고가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2024.11.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수험표 들고 온 손님이 어제부터 딱 한 팀밖에 없었어요."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홍대에서 3년간 피어싱 가게를 운영해 온 전 모 씨(20대·여)는 "예전에는 수능이 끝나면 수험생 손님이 그래도 좀 왔었는데 지난해부터는 정말 거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씨는 "다들 어디로 놀러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수능 특수는 옛날얘기"라며 "상황에 따라 수험표 할인을 조기 종료할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뒤 첫 주말을 맞은 17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는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수험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표적인 번화가로 꼽히는 홍대지만 거리를 걷는 행인들 절반 가까이는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이날 걷고 싶은 거리, 패션 거리 등 홍대 입구 인근을 둘러본 결과 '수험생 할인'을 내건 가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외국인 손님들을 상대로 한 영어·중국어 입간판이 더 눈에 띄었다.

수험표가 '만능 할인쿠폰'으로 통하던 과거 이맘때와는 딴판인 셈이다. 수험표 행사는 오래전부터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수험표에 웃돈을 얹어 거래할 정도였다.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식당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있다. ⓒ 뉴스1 홍유진 기자

이처럼 수험표 할인이 자취를 감춘 것은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소비가 온라인 중심으로 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울에서 15년 가까이 신발 장사를 했다는 A 씨는 "수능 끝나서 왔다는 수험생은 한 명도 못 봤다"며 "여기 놀러 와서 돈 쓰는 사람은 외국인밖에 없다"고 했다.

A 씨는 "우리 가게도 매출 70%가 외국인 매출일 정도로 한국인들은 요즘 돈을 정말 안 쓴다"며 "불경기도 있고, 다들 인터넷에서 사서 그런지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성남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작년에는 수험생 대상으로 초콜릿을 만들어 나눠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올해는 카카오 가격만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며 "여유도 없고, 이벤트를 해도 단발성 매출에 그치다 보니 오히려 손해인 것 같다"고 말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