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선수 폰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수십개…경찰, 알고도 수사 안했다

(JT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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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아동 청소년 성 매수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현직 격투기 선수의 휴대전화에서 피해자들의 불법 촬영 영상이 발견됐으나 경찰이 1년 넘게 수사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13일 JTBC에 따르면 11~15세 아동 4명을 상대로 성매매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격투기 선수 A 씨는 징역형 선고를 받은 날 지인 B 씨에게 휴대전화를 맡겼다.

B 씨가 휴대전화를 넘겨받은 뒤 곧 마약을 뜻하는 은어인 '술'을 어디서 구할 수 있냐는 메시지와 돈을 갚으라는 협박 문자가 계속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에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던 B 씨는 충격적인 영상을 발견했다.

A 씨가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며 불법 촬영한 수십 개의 영상이 쏟아졌던 것. 영상에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도 나왔고, 마약도 찍혀있었다. 또 휴대전화에는 A 씨가 다녔던 체육관 근처 중학교 학생들의 명찰을 찍은 사진도 들어있었다.

A 씨의 휴대전화에는 미성년자들에게 성 매수를 시도하는 메시지가 남아 있었는데, 그는 구속 직전인 지난해 7월에도 "빠르게 하고 용돈 줄게. 용돈 너무 없다며"라며 성매매를 제안했다.

A 씨의 휴대전화에는 마약 거래 정황도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이에 B 씨는 휴대전화를 경찰에 넘겼고, 경찰의 협조 요청으로 A 씨 집에 숨겨져 있던 액상 대마와 케타민 등의 마약도 찾아내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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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수사가 시작되자 A 씨는 B 씨를 의심하며 "교도소에서 편지를 오픈하기 때문에 죽인다 이런 말은 못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다 할 것"이라며 협박까지 했다.

이처럼 B 씨가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사건을 제보했지만, 경찰은 마약 투약 사건만 정리해 검찰에 넘기고 미성년자로 의심되는 성 착취 영상들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9월에는 미성년자 성 착취 영상이 담긴 문제의 휴대전화를 A 씨 가족들에게 아무 조치 없이 돌려주기까지 했다.

B 씨는 제보 이유에 대해 "범죄를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쪽에서 부실 수사를 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확실하게 다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마약 수사를 먼저 한 것이고, 이달 들어 미성년자 성 착취 사건 등을 다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