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표 두고 왔어"…아들의 외침에 집으로 뛰어간 어머니(종합)
[2025수능]눈물 흘린 어머니…고사장서 시선 떼지 못하는 아버지
정문 닫히자 묵주 매만지며 기도…'수험생 수송'한 시민도 응원
- 김민수 기자, 김종훈 기자,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김종훈 유수연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4일 오전 6시 43분. 고사장이 마련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등학교에서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머니가 학교 안으로 발걸음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머리카락을 뒤로 질끈 묶은 어머니는 수험생인 아들에게 수험표를 전달하기 위해 학교 안으로 들여가려 했다. 여성은 아들에게 무사히 수험표를 전달한 후에도 학교 앞을 한동안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재학 학교 이름이 적힌 점퍼를 입은 다른 남학생은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서 가방을 뒤적거렸고 이내 수험표를 두고 온 사실을 확인했다. 급히 정문으로 되돌아간 학생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수험표를 놓고 왔어"라고 외쳤다. 학생의 어머니는 그 말이 끝나는 즉시 집으로 뛰어갔다.
이날 새벽부터 서울 곳곳의 고사장에서 학부모들은 무사히 인생의 '첫 전환점'인 수능을 무사히 치르기를 기원했다. 일부 학부모는 손수 만든 플래카드 들거나, 응시생에게 줄 간식을 싸 오기도 했다.
신윤숙 씨(56·여)는 외동아들을 경복고등학교 고사장으로 들여보낸 후 크게 숨을 들이 내쉬면서 ""아들아, 고생 많이 했다. 엄마, 아빠도 고생 많이 했는데 한 번에 끝내자"고 말했다. 신 씨는 이날 휴가를 쓰고 새벽 4시부터 소화가 잘되는 소고기뭇국과 계란말이, 묵은지볶음이 담긴 도시락을 만들어 아들의 손에 쥐어줬다.
김지원 씨(53·여)는 아들이 고사장인 경복고로 들어간 지 20분이 지났는데도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킬러문항이 배제된 두 번째 수능이지만 김 씨는 "어려운 문제는 1~2문제는 나오기 마련"이라며 "아이가 준비했으니 어떤 면에선 운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응했다.
노배영 씨(53·남)는 아들에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라고 나지막하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아들이 고사장으로 걸어가자 2분가량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노 씨는 "아들이 이번이 두 번째 수능인데, 침착함을 강조했다"며 "가지고 있는 실력만 다 발휘하는 것도 성공이라고 이야기해 줬다"고 했다.
휘문고등학교에서 만난 학부모 조 모 씨(50대 초반·여)는 아들을 배웅하면서 "아들이 1등일 것 같아"라며 쾌활하게 웃었다. 아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조 씨는 울컥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들이 이번이 재수인데, 잘 봤으면 좋겠다"고 손을 모으며 말했다.
응시생들의 얼굴에선 긴장감이 역력했지만, 분위기는 차분해 보였다. 학생들은 대부분 운동복과 플리스 등 편안 차림으로 고사장으로 향했다. 한 학생은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긴장감을 풀고자 에어팟으로 음악을 듣기도 했다.
이날 오전 5시 50분쯤 경복고등학교 고사장에 처음으로 도착한 윤 모 군(18·남)의 얼굴에선 긴장감이 엿보였지만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시험을) 보고 나오겠다"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오전 8시 10분쯤 학교 정문이 닫혔지만, 학부모들은 고사장 안을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한 학부모는 묵주를 매만지며 기도를 했다.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마음은 학부모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25년 동안 수능일에 수험생을 오토바이로 수송해 온 윤석현 씨는 "그동안 고생 많이 했을 텐데 잘 봐서 대박 났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한편 수능은 이날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5개 시험지구 1282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수험생은 오전 8시 10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한다.
수험표를 분실한 경우에는 응시원서에 붙인 사진과 동일한 사진 1장과 신분증을 지참해 시험 당일 오전 8시까지 시험장 내 시험 관리본부를 찾아가면 수험표를 다시 발급받을 수 있고 사진이 없는 경우에도 관리본부에 신고하면 임시수험표를 받을 수 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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