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도 맘대로 못 써"…교도관 지켜줄 '법 제정' 해 넘길 듯

법무부 교도관 직무집행법 입법계획 발표…아직 "입법 추진 준비중"
학계 "국가 보상·형 감면 등 안전망으로 직무집행 법적 보호해야"

ⓒ News1 DB

수갑은 팀장급 이상이 사용할 수 있다. 맨손으로 수형자를 제지하고 위태롭게 수갑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수갑을 좀 세게 묶었다며 진정을 넣기도 한다.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수도권 소재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20대 A 씨는 14일 뉴스1과 통화에서 교도관들이 수형자를 통제하면서 수갑, 교도봉 등 교정 장비 사용 규정이 복잡해 매일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호소했다.

A 씨는 "적시 적소에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장비 사용에 따른 수형자의 진정·고소"라며 "수형자가 소지 금지 물품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신체접촉이 있었는데 이를 고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일선 교도관들이 교정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교도관 직무집행법'(가칭) 제정은 연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올해 1월 '교도관 직무집행법'을 입법할 계획이라고 정부입법지원센터에 고시했다.

'교도관 직무집행법' 10년째 제자리…여당 공약이지만 입법 無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교도관 직무집행법에는 교정 장비 사용, 직무집행으로 인한 피해의 국가 보상 및 법적 지원 등 교도관의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법무부 훈령인 '교도관 직무규칙'에 규정된 교도관의 직무와 범위를 상위법인 법률안으로 규정해 교도관 직무 수행의 적법성을 확보하고 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교도관 직무집행법 제정 시점은 미지수다. 법무부 관계자는 입법 계획 고시 이후 10개월째 정부안 발의가 안 된 것에 대해 "입법 추진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연내 발의는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인다.

앞서 법무부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교도관직무집행법을 입법 계획에 포함했으나 국회에 가로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의원 입법안 또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제복공무원 처우 및 근무 환경 개선' 공약을 발표하면서 교도관 직무집행법 제정을 내세웠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입법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무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교정시설 수용자의 직원 폭행 건수는 2019년 66건에서 2021년 111건, 지난해 19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A 씨는 수형자가 교도관의 저지를 강제로 풀 경우 교도관을 폭행하는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충북 법무연수원 진천 본원에서 교정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의한 후 격려하는 모습. 교정공무원 교육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이 강의하는 것은 한 장관이 최초다. 2023.4.19./ⓒ 뉴스1(법무부 제공)

"직무 집행의 법적 보호 필요…교정 안 돼 벌어질 불이익은 국민 몫"

전문가들도 교도관 직무집행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교도관 직무집행법 제정을 위한 연구' 용역을 맡았던 이진국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8년 전면 개정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이 교도관의 직무를 별도의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현행 '교도관 직무규칙'이 대신하면서 현재까지 법률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교도관과 수용자가 대립하는 현실에서 교도관의 지위와 직무집행의 적법성과 정당성 확보를 위해 법이 제정·시행돼야 한다"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교정 장비 사용 및 관리 의무 규정 △교도관 적법 직무 수행 관련 소송 지원 △교도관 의무 위반 또는 직권남용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수용자 외 교정시설 출입자 신체검사 △도주 수용자 검·경 등 관계기관 협력 등 그동안 법적 근거가 미비했던 교도관 업무의 근거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허경미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교도관 직무규칙은 형집행법에서 교정 처우 내용을 세부적으로 구분했을 뿐, 사실 수형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교도관이 권한을 적법하게 행사해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가가 대신 보상해 주고, 법률 지원, 형 감면 등 적극적으로 교정 행정을 하도록 법률로 보장·보호하는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교도관이 제대로 교정 행정을 못 하면 교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면서 "교정이 이뤄지지 못한 채 수감자가 사회로 복귀해 발생하는 불이익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