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PICK]"남녀공학 결사반대" 근조화환·과잠 시위… 동덕여대 발칵
동덕여대 재학생들 대자보 붙이고 서명 운동
학교 측 "발전계획 수립 과정 중 제시된 아이디어 중 하나, 확정된 것 없어"
- 이동해 기자,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동해 민경석 기자 = 최근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학생들이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투쟁에 나섰다.
지난 11일 취재진이 동덕여대를 찾아 확인한 결과 곳곳에는 붉은 글씨로 '공학 전환 결사반대'라고 쓰여 있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또한, 백주년기념관 건물 앞에는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가득 늘어섰고 날계란과 밀가루를 뒤집어 쓴 조동식 선생(동덕여대 설립자) 흉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8일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학생 사이에선 항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추진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동덕여대 측은 공학 전환에 대해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공학 전환은 학교의 발전계획안인 '비전 2040'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라며 "그 이후 발전된 게 하나도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여대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과거 가부장제에 묶여 교육에서 배제된 여성에게 교육권을 보장하고자 했던 여대 설립 취지가 현시대 흐름과는 더 이상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남은 4년제 여자대학은 동덕여대, 이화여대 등 7곳이다. 한양여대를 비롯한 전문대를 더하면 모두 14곳이다.
하지만 여대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성차별과 성폭력·성범죄 등 젠더폭력, 소수자에 관한 의제를 연구하는 학문적 기반으로서 의미가 남아있다는 게 관련 학계의 입장이다. 이화여대, 숙명여대, 동덕여대 학부·대학원 과정에서는 다른 남녀공학 대학에서 운영하지 않는 '여성 노동 정책 연구', '여성과 법 이야기' 등 각 분야에서의 차별적 상황을 인식하고 탐구해볼 수 있는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남녀공학 전환은 교육 당국의 인가 없이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은 학교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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