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불법승계 의혹' 2심 "檢, 부정행위 기준 명확히 해라"

檢 "李 주도 합병 부정 여론 대응 부정행위…포괄적 계획 포함"
법원 "檢 시세조종 주장, 수치로 입증해야"…오는 25일 결심공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 등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1.1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심리하는 2심 재판부는 11일 검찰이 주장하는 이 회장 측의 합병과정 속 '부정행위'의 기준을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끝으로 오는 25일 결심 공판을 열어 재판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11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 14인의 항소심 4차 공판을 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관련 심리를 이어갔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저평가됐다는 부정 여론이 일자 이 회장 주도로 삼성에서 대응전략을 수립했다며 "대응전략에는 부정행위에 대한 포괄적 계획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합병에 부정적이었던 미국계 사모펀드 회사 엘리엇 관련 대응 문건에는 "각종 부정행위에 대한 포괄적 계획"이 있었고 구체적으로 △삼성물산의 자기주식 매각 △우호적인 언론보도 △국내외 기관 의결권 확보 계획 △일반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 △국민연금 및 해외투자자 설득 방안 등이 단계적으로 수립됐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검찰은 합병을 위해 삼성측에서 상장이 불확실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홍보,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 등과 관련해 각종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부정행위라는 건 범위가 너무 넓고, 대법원 기준도 분명하지 않다. 원심이나 변호인이 다투는 부정성·불법성·악질성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면서 "내부 행정 규정을 위반한 행위를 부정행위로 처벌할 수 있는가. 개별행위까지 모두 유죄를 주장하는 거라면 모든 혐의가 전부 그 문턱을 넘는다는 것을 종합 변론에서 주장해달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시세조종이 있었다는 검찰 주장을 입증할 구체적인 수치 통계도 요구했다.

앞서 이 회장 등은 2015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 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프로젝트-G(Governance·지배구조) 승계계획안'을 짜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합병을 결정하고 합병 단계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거짓 공시 등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검찰이 제출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고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며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