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이 쏘아 올린 '여대 존폐' 논란…"불필요" vs "차별 여전"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재학생 반발…성차별·폭력 의제 연구하는 학문 기반 역할
상명여대·성심여대 등도 전환 사례…교육부 "대학 측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발하는 학생들이 본관 로비에 항의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여자가 학교 못 가는 시대가 아닌데 여자대학 꼭 필요한가?"vs"차별 남아있어 존재 의미 있다."

(서울=뉴스1) 남해인 유수연 기자 =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 커뮤니티에서는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을 언급한 게시글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동덕여대 교무위원회가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자대학의 존치 필요성에 관한 찬반 논쟁이 다시 불이 붙었다.

동덕여대 측은 공학 전환이 학교 발전 계획을 고민하며 나온 의견 중 하나일 뿐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학생들은 대학 본부에 대한 항의 의미로 학교 점퍼를 본관 앞에 벗어두는 등 반대 시위로 들끓고 있다.

동덕여대 재학생들이 남녀공학 전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여대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과거 가부장제에 묶여 교육에서 배제된 여성에게 교육권을 보장하고자 했던 여대 설립 취지가 현시대 흐름과는 더 이상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남은 4년제 여자대학은 동덕여대, 이화여대 등 7곳이다. 한양여대를 비롯한 전문대를 더하면 모두 14곳이다.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발하는 학생들이 항의의 의미로 학교 점퍼(과잠)을 본관 앞에 벗어놓고 있다./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하지만 여대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성차별과 성폭력·성범죄 등 젠더폭력, 소수자에 관한 의제를 연구하는 학문적 기반으로서 의미가 남아있다는 게 관련 학계의 입장이다. 이화여대, 숙명여대, 동덕여대 학부·대학원 과정에서는 다른 남녀공학 대학에서 운영하지 않는 '여성 노동 정책 연구', '여성과 법 이야기' 등 각 분야에서의 차별적 상황을 인식하고 탐구해볼 수 있는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입학 정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금, 현재 여대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고민해 봐야 한다"며 "남성의 시선이나 판단 체계로부터 자유로운 발화와 사유가 가능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아직 여대의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동덕여대 총학생회 '나란'이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며 낸 입장문에서도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텔레그램 기반 딥페이크 성 착취 영상물 유포 사건 등 여성 차별에서 기인한 많은 범죄가 여성을 위협하고 있다. 차별이 존재하는 한 여대는 차별과 혐오에서 안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여대는 존치의 당위성과 별개로 현실에 부딪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저출생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 숫자가 줄면서 여대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마저 학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상명여대는 1996년 상명대로 전환한 바 있다. 성심여대는 가톨릭대와 통합했고 대구의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와 통합돼 남녀공학이 됐다.

한편 남녀공학 전환은 교육 당국의 인가 없이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은 학교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남녀공학 전환은)대학 측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