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 8살 아들 폭행 치사…머리 잘라 냉동고 넣은 뒤 치킨 시킨 부부

부천 초등생 시신 토막 유기 숨기다 40여개월 뒤 발각[사건속 오늘]
학교 장기 결석에 장학사 신고로 수사…"욕실서 넘어져 사망" 거짓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12년 전 오늘. 자신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인해 책상에 고꾸라진 채 싸늘하게 식어 가고 있던 8살 아들이 숨을 거둔 그때. 그 옆에 있던 두 어미와 아비라는 자는 태연하게 치킨까지 뜯으며, 자신들이 수년간 행해온 사악한 행위의 결과물을 은닉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다.

냉동고 속에 영원히 묻힐 뻔한, 천륜을 끊고 인간이기를 포기한 두 명의 악인이 벌인 끔찍한 범죄 행위는 40여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야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동거 후 아들 출산하자 혼인신고…엑스터시·사제폭탄 판매, 허위광고로 구속

25살부터 동거를 해오던 동갑내기 A 씨와 B 씨는 2년 뒤인 2005년 5월 C 군을 낳고 혼인신고를 하게 된다. 당시 게임에 빠져 있던 A 씨는 피시방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게임 아이템 등을 팔아 B 씨와 함께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A 씨는 C 군이 태어난 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범죄자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이후에도 인터넷 포털과 카페 등을 개설해 사제폭탄, 청산가리, 엑스터시 등을 판다는 허위광고를 해 피해자들에게 수백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되는 등 순탄치 못한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사망한 C 군의 아버지. ytn

초등학교 입학한 C 군, 또래 여학생 괴롭혀 학폭위 회부

2013년 3월 8살이 된 C 군은 여느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초기부터 정서불안 증세를 보인 C 군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같은 반 여학생의 얼굴을 연필로 찌르고 옷에 낙서하는 등 말썽을 부리기 일쑤였고, 이에 따라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C 군의 부모는 학폭위에 회부된다.

하지만 C 군의 부모 A(당시 34), B 씨 모두 학교 측의 위원회 참석 통보에도 불참했고, 피해 여학생의 부모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채 학교 측의 연락을 모두 무시해 버렸다. 또한 출석 독려장을 반송시키는가 하면 대안학교와 홈스쿨링을 하겠다는 핑계를 대며, 4월 30일부터는 아들을 아예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이에 학교 측은 주민센터에 C 군의 거주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이를 묵살당했고, 당시 담임교사와 학년부장 교사가 두 차례 C 군의 집까지 찾아갔지만,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결국 90일 넘게 결석하여 '정원 외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C 군은 그렇게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세상의 무관심 속에 잊혀 갔다.

사망한 C 군의 어머니. YTN

2016년 1월 장학사 파견…"아들 가출했다" 거짓말 들통나며 수사 시작

2016년 1월 (C 군이 사망한 지 3년 2개월 뒤), C 군이 다니던 학교에 파견된 장학사는 C 군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집에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은 어머니 B 씨는 만나자는 제안을 거부하며 "아들이 2012년에 가출을 해서, 지금은 실종 신고를 한 상태다"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는 금세 들통날 거짓말이었다. 터무니없는 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장학사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고, 2016년 1월 13일 경찰에 소재 파악을 위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마침내 이들의 범행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결국 다음날인 14일 B 씨는 자택에서, 또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는 낌새를 차린 A 씨는 지인의 집으로 C 군의 시신 일부가 담긴 가방을 옮기고 나오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YTN 갈무리

"아들 목욕시키기 위해 욕실로 끌고 들어가다 넘어져 사망" 혐의 부인

수사 과정에서 제일 먼저 지인의 집에서 발견된 C 군의 머리 윗부분에 남아있는 열상과 옅게 남이 있는 멍 등에서 상습 학대의 정황이 보였다.

이를 토대로 조사를 했지만, A 씨는 "2012년 10월 목욕을 싫어하던 아들을 목욕시키기 위해 욕실로 강제로 끌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아들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하다 한 달 뒤인 11월 8일 사망했다"며 끝까지 살인 혐의 등에 대해 부인했다.

YTN 갈무리

"아들 사망하자, 시신 훼손한 뒤 냉동 보관"…범행 벌이며 치킨 시켜 먹어 '공분' 사기도

수사 결과 2012년 11월 7일 사건 당시 100kg이 넘는 거구였던 아버지 A 씨는 훈육한다며 초등학생이던 아들 C 군의 얼굴 등을 주먹으로 때린 뒤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발로 차는 등 2시간 동안 폭행한 뒤, 아내 B 씨와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의자에 앉아 있던 아들이 의식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출근한 B 씨에게 전화로 사실을 알렸고, B 씨가 집에 돌아왔을 때 C 군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커녕 시신을 숨겨 아들이 사망한 사실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기 위해 딸을 외가에 맡기고 돌아와 C 군의 시신을 절단해 신원이 노출될 수 있는 머리 부분만 집 냉동고에 보관하고, 목 이하의 남은 시신을 수개월에 걸쳐 쓰레기통과 변기에 나눠서 버렸다. 이 과정에서 이들 부부가 치킨을 시켜 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결국 A, B 씨는 아들이 사망하기 직전까지 수년간 인간이기를 포기한 행위를 반복했다는 사실을 자백했으며 "아들이 사망하자 시신을 훼손한 뒤 부패를 우려해 냉동 보관했고, 시간이 흘러도 범죄 사실이 발각되지 않자 무뎌져 가고 있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이와 별개로 사체 발견 장소에서 현금 300만 원과 의류, 속옷 등이 발견됐지만 은닉자금, 대가성 현금 지급 등 지인과의 범죄 혐의점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YTN 갈무리

각각 징역 30년, 20년…혼자 남은 딸 "엄마랑 아빠가 오빠 버린 것 같아요"

결국 2016년 10월 14일, 2심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어머니 B 씨는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으며 아버지 A 씨는 대법원 재판까지 진행된 결과 살인, 사체손괴, 시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등 등의 혐의를 적용, 징역 30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또한 A, B 씨가 모두 구속된 직후 혼자 남은 숨진 C 군의 두살 어린 여동생(당시 10) D 양은 친인척들로부터 끝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인계됐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D 양은 "아무래도 엄마랑 아빠가 오빠를 버린 것 같아요"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