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층서 밧줄 타고 내려와, 13㎞ 걸어서…농막 아버지 살해한 막내아들
CCTV 피해 잠행…축사 운영 부친, 연인에 줄까 걱정[사건속 오늘]
PC로 '후두부' '질식사' 160번 검색…"계획적 살인" 징역 40년형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지난해 11월 6일, 축사를 운영하는 60대 남성이 실종 3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저항도 못 한 채 목이 졸리고 둔기로 여러 차례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충격적이게도 범인은 직접 아버지 실종신고를 했던 삼남매 중 막내인 남성 A 씨(당시 34세)였다.
존속살해 혐의로 긴급 체포된 A 씨는 아버지 B 씨와 말다툼하다 위협을 느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사건 전날 오후 11시 무렵 자신이 사는 아파트 7층에서 미리 준비해 둔 밧줄을 난간에 묶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고는 13㎞ 길을 3시간 동안 걸어서 이동해 B 씨가 머물던 농막으로 향했다.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A 씨는 트랙터에 시신을 실은 뒤 축사 뒤편에 죽은 소를 묻는 매립지에 암매장했다. 그 후 B 씨의 차를 타고 피 묻은 이불 등을 버리고 다시 밧줄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10년 전부터 축사 일을 돕던 A 씨는 아버지로부터 축사를 물려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성이 생기면서 그에게 재산이 증여될까 우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A 씨가 적은 반성문에도 B 씨의 연인이 여러 번 언급됐다. A 씨는 "아버지가 여자를 만나면서부터 많이 변하셨다. 처음에 소가 몇 마리 없을 때부터 시작해서 항상 저에게 물려 주신다고 하셨는데 새로 만난 여자와 혼자 잘 살겠다고 저와 어머니를 버렸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A 씨는 구속된 뒤에도 아버지의 재산 처분에 관심을 보였다. 유치장에 면회 온 가족에게는 자신의 컴퓨터를 치워달라고 부탁했다.
A 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는 증거는 그의 컴퓨터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나왔다. A 씨는 B 씨의 연인이 생기기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발생 5개월 전인 6월에는 아버지에게 그동안 일한 돈을 달라고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렸다.
포렌식 결과 '후두부'라는 단어가 주기적으로 검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질식사' '노인 장기 실종 처리' '사다리랑 밧줄 구입' '로프 타는 법' 등 범행에 관한 내용이 무려 160여 차례 검색됐다.
그러나 A 씨는 축사 시설을 망가뜨리려 외줄을 탔다고 변명했다. 반성문에는 "처음부터 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으로 간 것은 절대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해보자, 안 되면 태양광이라도 불 지르고 오자라는 심정으로 CCTV 없는 곳으로 몰래 갈 계획을 세웠다"라고 적었다.
또 "막상 7층에서 밧줄을 내리고 보니 생각보다 너무 공포스러워서 정말 많이 망설였는데 제가 처한 상황을 끝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한 행동으로 봐주실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치밀한 계획으로 보셨다. 억울하다"라고 토로했다.
범행 전 A 씨는 축사로 오라는 아버지 부탁에는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이 나눈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축사에 들르라는 아버지의 사정에도 A 씨는 차일피일 약속을 미뤘고 정작 당일이 되어서도 여자친구와 있느라 연락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1심은 존속살해, 사체은닉, 증거은닉교사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A 씨는 오죽하면 이런 범행을 저질렀겠냐며 억울해했고, 우발적 범행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으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2심을 앞두고 A 씨는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공범이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가 지목한 인물은 아버지 축사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 C 씨였다. 하지만 그는 공범이 아닌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다.
C 씨는 '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A 씨의 주장과 달리 사건 당일 현장에서 다툼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A 씨가 구속된 뒤 그의 방에서 도박이나 양주 중고 거래 관련 소송 서류가 발견되면서 재산을 노린 계획범죄였을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렸다.
2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유족 중 일부는 엄벌을, 일부는 선처를 탄원하고 있으며 장기간 수감 생활을 통해 진정한 반성을 하고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며 A 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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